[사설]북이 미사일 공격해도 당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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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부터 25일 사이에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에 2일 통보했다. 2012년 은하 3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처럼 위성을 핑계로 미국 본토까지 공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할 작정인 듯하다. 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북에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래도 발사한다면 “우리도 제지할 수 없다”고 빠져나갔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솜방망이로 아는 북한 김정은이 기어코 도발할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이 영토나 영공, 영해에 들어오면 요격하라는 ‘파괴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내렸다. 북이 장거리 미사일을 쏴도 우리 영공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북이 밝힌 운반로켓 잔해의 낙하 예상지역에 따르면 1단 추진체는 전남 신안군 홍도 서쪽 해상에, 2단 추진체는 필리핀 루손 섬 동쪽 해상에 각각 떨어지고 3단 위성보호덮개(페어링)는 제주 서쪽 해상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이 미사일로 남한 땅을 공격해도 현재의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극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2014년 최봉완 한남대 교수가 공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이 사거리 1000km의 노동미사일에 1t의 핵무기를 탑재해 발사할 경우 675초(11분 15초) 만에 서울에 떨어졌다. 북 미사일은 이 중 551초를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고 대기권 내에선 124초 비행한다. 한국이 올해부터 도입하는 PAC-3(패트리엇) 미사일로는 고도 12∼15km에서 단 1초간 요격이 가능할 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는 40∼150km 고도에서 45초간, SM-3 미사일로는 70∼500km 고도에서 288초간 요격이 가능하다. 사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일본은 탄도미사일을 고도 160km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해상 상층 방어 시스템을 비롯해 다층 방어망을 이미 구축했다. 북 미사일이 일본 영토나 영공, 영해에 들어오면 요격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2020년대에 구축하게 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는 고도 10∼30km의 하층 방어용이 고작이다. 한국의 탄도미사일방어(BMD) 능력은 일본보다 10년 이상 뒤진 상태다.

국방부는 북의 핵과 미사일 도발 징후가 있을 때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구축에 6조 원, KAMD 체계 구축에 2조7000억 원을 2016∼2020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무모하다. 북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미사일을 쏜대도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기막힐 따름이다.
#광명성#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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