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수능 교재 강매한 ‘슈퍼 갑’ EBS, 공영방송 자격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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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참고서 시장의 ‘슈퍼 갑’인 EBS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교재 판매를 무기로 도서총판 업자들에게 초중고교 1, 2학년용 참고서를 강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어제 공정거래위원회는 EBS가 총판업자들에게 매출이 저조한 일반 교재의 판매를 떠안겼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3억5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EBS는 수능과 연관 없는 교재의 판매실적을 수능 교재보다 최대 5배 점수를 주는 평가지표를 만든 뒤 평가점수가 낮은 총판과는 거래를 끊었다. 총판들은 매출의 60%가 넘는 수능 교재를 판매하려면 어쩔 수 없이 EBS의 강요를 받아들여야 했다.

정부는 2004년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EBS 교재와 수능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EBS 교재에서 수능의 70%를 연계 출제했다. 정부가 보장한 수능 교재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EBS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EBS 예산 2992억여 원 중 수능을 포함한 교재 판매 매출이 1054억여 원에 이른다.

EBS 수능 교재의 문제는 독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수능에서 생명과학Ⅱ 과목은 EBS 교재와 연계된 문항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수능 교재 외에도 유사한 시리즈를 펴내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켰다. 가장 큰 문제는 EBS 교재가 고3 과정의 필수 교재로 정착하면서 학교 교육을 왜곡하고 기형적인 학습방법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교실에서 교과서를 제쳐둔 채 EBS 강의를 틀어주고, 학생들은 EBS 교재의 문제 풀이에 치중하거나 답만 달달 외우는 식이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적 책무를 저버린 EBS의 갑질에 대해 이 정도 과징금을 물리는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EBS 수능 방송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갈수록 공교육의 정상화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차제에 수능 반영률을 낮춰 EBS 수능 교재와 강의가 빚어낸 출판계와 학교 현장의 혼란을 바로잡을 획기적 개선안까지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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