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美서 30% 싼 값에 TV 샀다”… 4050 아저씨도 클릭클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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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美 블랙프라이데이… 해외직구족 들썩

광주에 사는 신모 씨(56)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미국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65인치 삼성 커브드(곡면) 초고화질(UHD) TV를 1997.99달러(약 229만 원·당시 환율 기준)에 샀다. 배송대행지에 지불한 배송료 230달러에 관세 및 부가가치세 45만 원을 합해 총 300만 원가량에 구매할 수 있었다.

이사하면서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을 몽땅 사느라 단골이 된 전자제품 매장의 직원이 “고객님에게만 특별히 현금가 420만 원에 드리겠다”고 한 제품이었다.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120만 원을 아낀 셈이다. 구매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상품 배송, 애프터서비스가 걱정돼 주문 직전까지 해외 직구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년간 애프터서비스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해 안심했다. 신 씨는 27일(현지 시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무선청소기를 구매하려고 알아보고 있다.

27일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30일 사이버먼데이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 찾아왔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로 올해는 27일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미국 동부 기준으로 27일 오후 2시∼28일 오후 2시다. ‘검은 금요일’이라는 표현은 이날 연중 최대의 소비가 일어나 유통업체가 적자(red figure)에서 흑자(black figure)로 돌아선다는 의미다. 또 사이버먼데이는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로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할인행사가 집중되는 날이다.

미국 최대 할인시즌에 맞춰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해외 직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BC카드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근 3년간 해외 직구의 변화와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9월까지 BC카드로 해외 직구를 한 결제건수는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97.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해외 직구 거래금액은 2010년 2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5억5000만 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미국 중심이던 해외 직구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과 중국, 일본 등으로 확대됐다. 젊은 여성 중심이던 이용자도 40, 50대 남성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해외 직구 미국에서 유럽, 중국 등으로 확대

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홍모 씨(41)는 친구 소개로 3년 전에 처음 해외 직구를 시도했다. 미국의 건강식품·미용용품 전문 쇼핑몰인 아이허브(iherb.com)에서 목욕용품과 비타민 등 영양제를 주로 구매했다. 홍 씨는 “배송료를 감안해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아이들에게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유기농 상품이 많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아이허브나 비타트라(vitatra.com), 샵밥(shopbop.com), 길트(gilt.com) 등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해외 직구 ‘큰손’인 한국 소비자를 위해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미국은 최대 해외 직구 대상국이다. 올해 10월까지 미국에서 해외 직구를 한 비중(금액 기준)은 전체의 80.6%였다. 하지만 해외 직구가 점차 확산되면서 대상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가별 해외 직구 금액 증감률을 보면 영국은 2013년에 비해 올해 148.1% 증가했다. 이탈리아 85.4%, 프랑스 79.4% 등으로 유럽의 온라인쇼핑몰 직구가 크게 늘었다. 특히 룩셈부르크에서 직구로 구입한 금액은 83.9% 늘었는데, 이는 아마존, 이베이 등 외국의 대형 쇼핑몰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몰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로 중국 직구도 늘고 있다. 직장인 박진하 씨(33)는 이달 11일 광군제를 맞아 중국 타오바오몰(taobao.com)에서 최신 태블릿PC를 1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구매했다. 박 씨는 “직구로 샤오미, 화웨이 등 저렴한 중국 브랜드 전자제품을 자주 구매한다”며 “조만간 샤오미가 출시한 세그웨이 ‘나인봇 미니’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0, 50대 남성도 직구 도전

젊은 여성들이 주도해온 해외 직구 이용자층도 폭넓어지고 있다. 2013년 전체 해외 직구 금액의 37.7%를 차지하던 남성의 직구 비중은 올해 46.8%로 늘었다. 40, 50대 남성 고객의 직구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올해 직구 금액의 2013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20대가 143.8%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105.0%로 뒤를 이었다. 40대도 66.3% 늘었다. 지난해 직구에 처음 도전했던 신 씨는 “외국어로 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야 하는 데다 배송대행지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었는데, 직구를 해본 딸들의 도움을 받아 TV를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BC카드가 고객 3000만 명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26개 유형으로 분류하는 틀인 ‘프리즘3.0’으로 분석한 결과 해외 직구에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는 신혼 및 영유아가 있는 가구로 전체 고객의 직구 구매액 중 59.6%를 차지했다. 특히 30대 고소득 여성을 중심으로 출산·육아용품 및 고가 의류 직구가 많았다.

해외 직구의 ‘대목’은 역시 블랙프라이데이였다. 블랙프라이데이가 포함된 11월의 해외 직구 금액은 1∼10월 평균 구입액에 비해 60.5%나 많았다. 건당 결제금액도 1∼10월 평균 70.9달러에서 11월에는 12.51달러 많은 83.4달러를 쓰는 것으로 나타나 세일 기간을 활용해 평소보다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됐다.

전자제품 구매 늘고 가방, 의류 구매 줄고

해외 직구 품목에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 전자제품과 식품 등의 구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자제품 직구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1∼6월)에 비해 올해 상반기에 114.2% 늘었다. 국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고급 사양의 TV나 소형 가전, 중국산 전자제품의 구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식품의 경우 실제 직구를 해본 뒤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줄어 건강보조식품, 유아용 식품 등의 구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직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의류(19.1%)다. 직장인 최서영 씨(32)는 옷을 주로 해외 직구로 사 입는다. 최 씨는 “백화점에 가보면 외국 의류 브랜드가 많은데, 똑같은 옷인데도 판매 가격에 차이가 많이 나 세일 기간이 아닐 때는 대부분 직구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쇼핑 대상 국가별로도 직구 품목에 차이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건강식품과 의류 품목이, 유럽에서는 식품과 화장품 구매가 많았다. ‘오타쿠(마니아)의 천국’인 일본의 경우 모형장난감(피겨) 등 완구 인형을 많이 구입했고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방용품, 잡화 등 생활용품 구매가 많았다.

해외 직구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해 24억 달러 규모의 해외 직구 시장이 2020년에는 207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선임연구원은 “해외 결제가 더욱 간편해지고 있는 데다 직구를 해본 이들 사이에서 ‘믿을 만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어 해외 직구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블랙프라이데이#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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