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롯데 ‘단일 총수’ 신동빈, ‘막장 재벌’ 이미지 벗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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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막장 싸움’을 벌여온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종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어제 일본 도쿄에서 주주총회를 갖고 신 회장이 요구한 ‘사외이사 선임’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 방침 확인’ 안건을 모두 수용했다. 신 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지분 경쟁에서 승리했음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한일(韓日) 롯데의 ‘단일 총수’에 오른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 경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신 회장은 주총 직후 발표문을 통해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에 의한 경영’이라는 당연한 내용이 주총 안건이 된 것부터 비정상적인 운영을 보여준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사외이사가 선임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투명 경영을 약속했으면서도 어제 주총은 사전에 개최 장소를 비밀에 부쳤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해 왔으나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시스템임이 이번 주총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확산되자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416개나 되는 순환출자도 올해 말까지 80%를 해소하겠다고 지난주 밝혔다.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팀도 만들겠다고 했다. 이런 약속들이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빈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녀들과 동생들까지 나섬으로써 이 회사가 한국 5위의 대기업에 걸맞은 체제를 갖춘 기업인지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상장을 통해 일반 주주들에게 공개됐을 때는 전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선진국 기업들의 대체적인 추세다. 가족이 경영하더라도 스웨덴의 발렌베리나 독일의 BMW처럼 경영 능력을 엄격히 검증해 승계시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오너 경영자’가 멋대로 ‘황제 경영’을 하다가 말년에 자녀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시끄러워지는 관행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지휘권을 확고히 잡은 이상 롯데그룹은 기업공개를 통해 한국 지분을 늘리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신동빈#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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