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학범 감독 “급한 쪽은 광저우, 못 넘을 산 아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0일 05시 45분


성남FC 김학범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국내 도시민구단이 첫 16강 진출을 이룬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성과를 꿈꾸고 있다. 성남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성남FC 김학범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국내 도시민구단이 첫 16강 진출을 이룬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성과를 꿈꾸고 있다. 성남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오늘 ACL 16강전 치르는 성남 김학범 감독

초반만 버티면 승산…우린 잃을게 없다
새벽-오전-오후-야간까지 혹독한 훈련
시민구단으로 ACL 조별리그 첫 통과
자랑스러운 선수들, 이제 진짜 시작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성남FC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안착한 상태다. 아시아 클럽 최강자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의 시민구단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그 중심에 김학범(55) 감독이 있다. ‘냉정한 승부사’로 통하는 그가 툭툭 던지는 말에서 제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16일 울산현대와의 정규리그 홈경기(1-0 승)를 마친 뒤 김 감독은 성남 제자들에 대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직접 따스한 격려를 해줬느냐’고 묻자 그는 “못 했지. (표현은) 익숙하지 않거든.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니까”고 답했다. 김 감독의 도전에는 멈춤이 없다. 챔피언스리그 8강 티켓을 놓고 겨룰 팀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지만 ‘못 넘을 산’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K리그는 J리그보다 강하다!

20일(홈)과 27일(원정) 상대할 광저우를 화두에 올리자 금세 답을 했다. 김 감독은 “토너먼트에선 어떤 일이든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식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중국축구는 70분대를 넘어가면 간격이 벌어진다. 광저우도 똑같다. 초반만 버티면 충분히 해볼 만 하다. 후반 중반을 기점으로 틈이 보이면 놓치지 않겠다. 급한 쪽은 그쪽(광저우)이다. 우린 잃을 게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부담이란 측면에서 객관적 ‘약체’ 성남이 유리한 것은 맞다. 내친김에 일본 J리그, K리그의 차이도 물었다. 많은 이들이 “클럽 무대에선 일본이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K리그가 패스, 기술에서 부족한 건 맞다. 그런데 선수 개인의 차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 정신적 준비 역시 꼭 필요하다. 대회별 적응도 차이를 낸다. K리그는 J리그보다 강하다.”

성남은 지난해 FC서울을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해 올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모두가 우려했다. 성남의 조별리그 통과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이 “망신만 당할 생각은 없다”고 자신했지만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과로 보여줘야 했다. 상대가 결정되자 현미경 분석에 돌입했다. “24시간도 부족했다”는 그의 말처럼 상대의 경기 영상을 수십여 편 봤다. 특히 감바 오사카(일본)는 50경기 이상 살폈다. 선수들이 본 것은 10분 남짓의 편집본이었지만, 완벽한 원 포인트 레슨이었다. 김 감독의 노력이 통했다.

● 프로에서 내일은 없다!

안정된 전력이라면 ‘우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성남처럼 스쿼드가 두껍지 못하면 철저히 ‘팀’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성남은 비 시즌에 새벽∼오전∼오후∼야간까지 하루 4차례 혹독한 훈련으로 체력과 조직을 다졌다. 그 대신 불평이 나오지 않게끔 ‘왜’를 이야기해줬다. “무작정 뛰게 하진 않았다. 타이밍이다. 한계에 오면 멈췄다.” 적절한 자극도 버무렸다. “우리는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다. 우리들을 외부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장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말자. 일터(그라운드)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 보여주자.”

‘호랑이 승부사’ 김 감독이 매번 선수들을 닦달한 것은 아니다. 시즌 개막 후 딱 한 차례 역정을 냈다. 3월 전북과의 정규리그 개막전 분석이 나온 직후였다. 당시 김두현(33), 김철호(32) 등 베테랑들의 활동량은 11km대 초반인 반면, 대부분은 8∼10km에 머물렀다. 김 감독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준비해도 결국 선수가 축구를 한다. 한 걸음 더 뛰고, 2m 더 이동해서 동료들이 덜 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게 팀이다”고 호통을 쳤다.

지난해 하반기 성남의 소방수로 나선 김 감독은 첫 선수단 미팅 때 “날 믿으라. 나만 따라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배의식으로 가득 찬 선수들은 FA컵 정상을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실력이 조금 뒤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진짜 차이는 자세라고 했다. “버릇은 쉽게 고칠 수 없다. 하지만 버릇을 고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다. 최소한 그 버릇을 고치려는 태도를 지녔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노력마저 잃으면 그건 죽은 선수다. 다행히 여기에 그런 선수는 거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