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사상 최대, ‘불황형 흑자’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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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2월 2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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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출처= 신동아DB)
2014년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출처= 신동아DB)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내수부진에 기인한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속적인 흑자 추세에 국제사회의 환율인하 압박도 문제로 지적됐다.

2일 한국은행은 ‘2014년 12월 국제수지’ 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해 경상수지는 849.2억 달러 흑자를 잠정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사상최대인 지난 2013년 흑자규모보다 10.2%p 상승한 수치다.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는 지난해 수출이 6215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0.5% 상승했다. 반면 수입은 5286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67억 2000만 달러(-1.3%p)가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 요인, 유가하락과 내수부진

이 같은 경상수지 흑자는 유가하락과 내수부진으로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빚은 불황형 흑자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08달러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12월 평균 60.2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해 현재 47.4달러로 꾸준한 하향세다. 이에 원유 순수입액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해 지난해 949억 7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4.4%p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원유수입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 수출은 515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오히려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수출 호조 요인이 산업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국 가구(2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 추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평균소비성향 추이
심각한 내수 부진도 사상최대 흑자폭 달성을 견인했다. 소비심리를 살펴보는 통계청 가계동향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73%를 기록했다.

소비성향은 지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로 내수 시장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경영연구소는 지난달 31일 주간경제금융동향 분석을 통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소비심리 위축은 정체된 소득 뿐 아니라 자산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감소한 데에 있다”면서 “주거비 상승, 교육비 등 자녀부양부담 증가, 급속한 고령화와 부족한 노후대비 등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한 데에 따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소비심리는 상당기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경상수지 34개월 째 흑자, 국제사회 환율 인하 압력

흑자 행진은 2012년 3월부터 34개월 째 지속되고 있다. 현 추세라면 1986년 6월부터 3년2개월간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추세에 국제사회의 원화절상 압박도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7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IMF가 권고하는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적정 규모는 2%다. 한국은 지난해 GDP 1조 4495억 달러 대비 5.85%로 흑자 비중이 OECD 국가 가운데 산유국 제외 기준 가장 높다.

한편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에 “불황형 흑자에 대한 논의는 아직은 이르다면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임성엽 기자 lsy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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