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중상, 적폐”… 국정 흔드는 비선논란 정면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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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
朴대통령, 수석회의 작심발언 왜

물 한 모금 마시고…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물 한 모금 마시고…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국기문란 행위, 바로잡아야 할 적폐, 악의적 중상, 말도 안 되는 얘기….’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 수사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말을 아낄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만큼 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현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성과를 낼 수 있는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비선 논란’으로 골든타임을 날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발 뻗고 쉰 적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A4 용지 6장 분량의 발언을 쏟아냈다. 모두 5823자였다. 이 중 4분의 1에 이르는 1348자가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다자외교를 위한 해외순방과 지방 일정 등이 겹치면서 두 달여 만에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였다. 그만큼 주문할 게 많았지만 이에 앞서 ‘정윤회 논란’으로 촉발된 비선 라인의 국정 개입 의혹부터 털고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호소’로 운을 뗐다. “취임 이후 오늘까지 국민이 위임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임무를 다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거의 2년 동안 제대로 발 뻗고 쉰 적이 없는 날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만큼 나라에 산적한 일이 많아서 휴일도 없이 시간을 쪼개서 써왔다”고 덧붙였다.

업무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 비선 논란과 권력암투설 등이 불거져 답답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지지층을 향해 ‘루머에 휘둘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야당이 이번 문건 유출을 ‘정윤회 게이트’로 규정하고 파상공세에 나설 태세를 보이자 여론전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내년은 구조개혁 추진할 적기”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와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그것들이 다 현실에 맞는 얘기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것도 많이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유출된 문건 내용이 ‘찌라시(사설 정보지)’라고 단정하지 않았지만 그런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 “악의적인 중상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했다. “국기문란 행위이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유출 경로를 두고 엇갈린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누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비선 논란에 적극 대응한 것은 내년 집권 3년차를 앞두고 국정 운영의 걸림돌을 빨리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년은 현 정부 (집권) 기간 중 선거가 없는 마지막 해로 경제 체질을 탈바꿈시키면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했다. 경제 활성화에 정부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시기에 소모적인 정쟁과 실체 없는 의혹에 정권의 골든타임을 날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현수 기자
#정윤회#박근혜#비선 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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