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신형진 씨(31·연세대 석사과정)가 휠체어에 누운 채로 눈동자를 왼쪽으로 움직이자 모니터 속 마우스 커서가 따라서 이동했다. 속도는 느렸지만 신 씨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움직였다.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 ‘결제’ 버튼에 커서를 올려놓은 뒤 신 씨가 두 눈을 깜빡이자 클릭이 되면서 결제가 완료됐다.
손발을 움직이기 불편한 사람도 눈동자만으로 마우스 조작을 할 수 있는 삼성전자 안구마우스 차세대 버전인 ‘아이캔플러스(EYECAN+)’가 25일 공개됐다. 안경처럼 직접 얼굴에 써야 하는 1세대 제품과 달리 아이캔플러스는 모니터와 연결된 셋업박스가 사용자 눈을 인식해 자동으로 움직인다.
아이캔플러스는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운영해온 ‘C-Lab(Creative Lab)’의 첫 성과물이다. 2012년 개설된 C-Lab은 삼성 직원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조직. 2012년부터 평범한 직원 250명이 참가했다. 이 중 94%가 과장 혹은 책임 이하 젊은 직원들이다. C-Lab 조직원들은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평소 머릿속으로만 구상해 오던 다양한 창의적인 과제를 실현해 내고 있다.
안구마우스뿐만 아니라 소원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실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디어캔들’과 지난달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한 ‘초소형 후각센서(Seeing Smells)’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60여 개 과제가 수행됐다. 이 과정에서 특허도 70여 건이 출원됐다.
안구마우스처럼 사회적 기여도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경우 실제 사업화까지 회사가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아이캔플러스를 내년 초부터 필요한 곳에 무료로 보급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공개해 사회적 기업 및 벤처 기업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C-Lab의 성과를 임직원에게 알리기 위한 전시회 ‘2014 C-Lab 페어’를 경기 수원시 디지털시티에서 25일부터 4일 동안 연다. 이 자리에선 올해 C-Lab을 통해 진행된 30여 개 과제의 중간 결과물을 시연한다.
특히 C-Lab에서 진행됐던 도전 과제 중 가치 있는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실패는 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28일에는 내년 C-Lab에서 진행할 과제를 선발하는 ‘데모 데이’도 열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과 수원에서 쌓은 C-Lab 운영 노하우를 다음 달 1일까지 진행하는 ‘C-Lab 벤처창업 공모전’을 통해 대구 창조경제센터에도 이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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