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중국해에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건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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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베트남 무기금수 해제에 맞불… 관영언론 통해 사진공개 무력시위
남중국해 방공구역 선포하나 촉각

중국이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시사(西沙) 군도(파라셀 군도)에 대형 활주로를 건설했다. 주변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기 위해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7일 웹사이트에 최근 완공된 융싱(永興) 섬의 활주로 사진을 공개했다. 융싱 섬은 중국이 2012년 남중국해 일대를 통합 관리하는 싼사(三沙) 시라는 행정단위를 마련한 뒤 시 청사를 설치한 곳이다. 기존에 있던 활주로 길이를 2km 이상으로 늘렸다. 융싱 섬의 너비(1.8km)보다 200m나 더 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영 언론이 신설 활주로 사진을 공개한 배경에 주목했다. 미국이 이달 초 베트남에 40년간 적용된 무기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하자마자 중국이 활주로를 공개한 것은 무력시위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새 활주로는 중국 해군 항공기의 이착륙을 위한 이상적 기지가 될 것”이라며 ‘가라앉지 않는 항모’라고 표현했다. 이어 “미국이 베트남을 도와 이 지역 분쟁에 개입할 때를 대비해 경고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활주로 건설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동중국해에 방공구역을 선포해 한국 일본 등의 반발을 샀었다. 중국 해군의 리제(李杰) 예비역 소장은 “새 활주로는 중국 남단의 최대 공항 역할을 하게 된다. 중국 전투기의 전투 역량과 정찰 기능, (적국의) 정찰 방지 능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하이난(海南) 섬에서 300km 떨어진 융싱 섬에는 민간인 1500여 명과 군인 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은 난사 군도의 산호초인 융수자오(永暑礁)에도 활주로와 부두를 건설 중이고 다른 6곳의 산호초에서도 매립·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필리핀도 지난해부터 티투 섬 공항에 군 함정 접안시설과 활주로 건설 공사를 하는 등 각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남중국해#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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