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전통 달라도 하나의 교회 정신 유지해온 건 큰 축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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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창립 90주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종덕 회장-김영주 총무 대담

《 1924년 9월 24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장로교와 감리교 목회자들이 모여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9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출발점이었다. 이 단체는 1970, 8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 축을 이루며 한국 개신교와 사회발전에 기여해왔다. 현재 예장 통합, 감리교, 기장, 구세군, 성공회, 복음교회, 기하성, 정교회, 루터회(이상 약칭) 9개 교단이 가입해 있다. NCCK는 12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와 국제관계, 그 역사와 변화’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이어 18일 오후 2시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90주년 기념예배를 갖는다. 11일 기독교회관에서 30년 가깝게 NCCK와 인연을 맺어온 김영주 총무(62)와 회장인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64)을 만났다. 》       
       

11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왼쪽)과 총무 김영주 목사. 이들은 20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의 뼈를 깎는 새로운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1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박종덕 구세군 사령관(왼쪽)과 총무 김영주 목사. 이들은 20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의 뼈를 깎는 새로운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90주년, 짧지 않은 세월이다.

▽김영주 총무(이하 김)=창립 초기 장로교와 감리교 목회자들이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조선에 하나의 교회를 만들자’라는 취지로 모인 게 씨앗이 됐다. 교단마다 선교 전통이 달라 분열이 있었지만 교회협이라는 하나의 기치 아래 하나의 교회정신을 유지해온 것은 큰 축복이다.

▽박종덕 사령관(이하 박)=총무님만큼 오랫동안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파송 임원과 실행위원으로 10여 년간 활동했고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NCCK는 출범 이후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있어 왔다. NCCK는 다른 연합기구와 비교할 때 연합정신을 깨끗하게 구현했고, 비교적 잡음 없이 세상을 품어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김=1990년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으로 본격적으로 단체활동을 시작했다. ‘윤석양 이병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1993년 통일위원회에 있을 때의 남북 인간 띠잇기 운동도 잊을 수 없다. NCCK 사무실은 당시 군 인권 피해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양심선언을 하는 단골 공간이었다. NCCK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힘을 얻고, 흩어지는 산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다.

▽박=회장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지만 큰일을 하지 못해 미안한 감도 있다.(웃음)

▽김=NCCK 회장은 한국 교회의 상징이다. 현재 한국 교회에 대한 비난은 신뢰의 부족 때문에 생긴다. 구세군만큼 절제 있는 교단은 드물다. 작지만 강한 교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행보가 화제가 됐는데 구세군은 항상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해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만 계속 낮은 곳에 있으면 잘 안 보이는 법 아니냐. 하하

▽박=교황 방한을 계기로 종교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부분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빛 없이, 이름 없이 낮은 곳에서 일하는 분이 적지 않지만 아직도 자신을 낮추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교황의 행보가 큰 관심을 받은 것은 그만큼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교회의 위기는 존경받지 못하는 목회자의 위기에서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다.

▽박=부인하기 어렵다. 개신교는 교단도 너무 많고 중앙집권적이지 않다. 목회자들이 무슨 짓을 하든, 사회적으로 몰매를 맞아도 그대로 가는 경우도 있다. 목회자의 신뢰 상실은 교회의 큰 아픔이다.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는 일에는 목회자 갱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요즘 한국 교회가 누리고 있는 성장은 우리 목회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신앙의 선배들이 눈물나게 노력한 결과다. 우리가 지금 욕을 먹고 있다면 후배 목회자들에게 나타나는 결과는 초라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후 NCCK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김=사회가 교회에 요구하는 투명성이나 민주적 절차 등의 기준은 강화됐는데 교회와 NCCK가 그 변화에 따르지 못했다. 불편한 구석이 있더라도 교회 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했다. 개인적 영성뿐 아니라 집단적인 차원에서 모범적인 개신교인, 목회자상이 정립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이 많은데 개신교인 하면 이미지가 나쁜 경우도 있다.

▽박=NCCK의 목소리가 과거처럼 크게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안고 있는 문제 때문이다. 우리가 어떠한 이슈를 주장해도 옛날만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주변을 변화시키려면 스스로 거룩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주장을 해도 힘이 없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다.

▽박=세속의 권력이나 힘이 교회 속으로 너무 많이 들어와 부패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 진정 있어야 할 것은 영성, 신앙의 힘이다.

▽김=지금 우리 상황이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 상황과 비슷한 것 아닌가. 교회 세습, 금권 타락 선거를 통한 성직 매매, 대형교회 건축이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교회가 사회를 위해 써야 할 물질이나 가치를 내부를 살찌우는 데 써버리고 있다. 한국 교회도 500년 전처럼 대단한 개혁의 몸부림을 치지 않으면 안 된다. 교회가 부패했다고 해도 남은 그루터기를 살려야 한다.

▽박=종교개혁은 루터가 도화선에 불을 댕겼지만 개인뿐 아니라 여러 사람, 나아가 시대가 공감한 것이다. 개신교의 출발점이자 가톨릭 갱신의 계기가 됐다. 오늘날에도 그 개혁의 힘이 필요하다. 500주년을 앞두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교회 연합과 갱신을 시작해야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박종덕#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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