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슈퍼甲 교수님… 내 논문서 내 이름 빼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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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들이 말하는 갑을관계
안쓴 제자도 1저자 올리며 ‘관리’… 33% “논문-연구비리 겪어봤다”

“직접 쓴 논문에 내 이름이 제2저자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을 지난해 졸업한 A 씨(27·여)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의 제자 논문 ‘가로채기’와 ‘무임승차’ 논란과 관련해 “학생들이 쓴 논문에 지도교수의 이름이 제1저자로 기재되는 일은 공공연히 벌어져 왔다”고 10일 털어놨다. 그는 “논문을 쓰고도 내 이름이 아예 안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논문을 누가 썼느냐에 관계없이 여러 명의 제자 중 임의로 골라서 자신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곤 했다는 것이다.

교수는 ‘제자 관리’를 빌미로 내세웠다. 논문 수가 부족한 제자들의 실적을 채워준다는 것이었다. 부당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연구 참여나 논문 심사에 목을 매는 대학원생에게 교수는 ‘슈퍼 갑’이었기 때문이다.

A 씨와 같은 대학원에 다니던 B 씨(29·여)는 교수의 눈 밖에 난 뒤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외부 프로젝트를 맡아 교수의 연구실에서 6개월간 일하면서 월급을 한 푼도 못 받은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공평하게 나눠서 월급을 받았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논문 가로채기, 연구실적 부풀리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유사한 경험을 한 대학원생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올해 4, 5월 전국 대학생 4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논문, 연구 관련 비리를 겪어봤다”는 응답이 33%(138명)에 달했다. 가장 자주 겪는 논문 관련 비리로는 63명이 ‘무관한 논문에 이름 넣기나 참여자 이름 누락’을 꼽았다. 18명은 ‘논문 표절, 짜깁기’라고 답했고 ‘논문 대필로 금품 수수’라고 답한 대학원생도 6명 있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이런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최근 20, 30대 230명으로 구성된 ‘2030 청년기획단’과 함께 대학원생 연구 활동에 관한 실태조사를 한 뒤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논문비리#대학원생#갑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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