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서 수차례 비밀협상… 보위부 ‘미스터 X’가 창구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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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독트린 파장]
北-日 ‘스톡홀름 합의’ 막전막후
日 “납치조사 검증단 北에 보낼 것”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북-일 간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행방불명자 등을 제대로 조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감시단(조사단)을 현지에 보내겠다고 1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는 이날 NHK방송에 출연해 “2008년 납치 문제 재조사 합의 때와 달리 이번에는 문서로 합의 내용을 명문화했다. 일본 측의 조사단 체류도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외무성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지에 보내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스가 장관은 북-일 합의가 한미일 연대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전혀 없다. 교섭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관계국들과 연대하고 있다. 납북자와 (납북 가능성이 큰) ‘특정 실종자’는 (관계국들이) 인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정 실종자는 북한에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실종자로 약 860명(일본 경찰청 추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미 지난해 일본 측에 “‘특정 실종자’ 중 상당수가 북한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했다는 보도(마이니치신문)도 나오고 있어 관련 조사가 시작되면 진상 파악이 급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가 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지난달 30일에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미국과 일본은 계속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케네디 대사가 미일 간 균열을 의식해 일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중시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의 납북자 재조사 징후는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고 1일 보도했다. 북한이 먼저 일본 측에 “일본의 대응에 따라 납치 문제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2월 이후 양국은 베트남 중국 등에서 수차례 비밀협상을 벌였다. 그때마다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알려진 ‘김정철’이라는 가명의 인물이 참석했다. 보위부는 비밀경찰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북한 내 피랍자 정보를 갖고 있는 기관이다. 일본 측 인사들은 김정철의 존재를 알고선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방북했을 때는 ‘미스터 X’라는 보위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창구 역할을 했다. 이번 납북자 협상 때 모습을 드러낸 김정철은 ‘미스터 X’를 잇는 2세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년간 원산항에 정박해 있던 화물여객선 만경봉호가 나진항으로 이동한 사실이 미국과 일본의 정보위성에 포착됐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일본의 입항 금지조치 해제를 염두에 두고 만경봉호를 이동시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북한#스톡홀름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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