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질주하는 수입차, 지역별 판매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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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BMW, 강원은 아우디… 지역마다 다른 인기 왜?

수입차 지역별 판매 분석
‘서울 인천은 폴크스바겐, 울산 전남은 BMW, 강원은 아우디, 부산은 메르세데스벤츠.’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15만 대를 돌파(15만6497대)하는 등 수입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지역별 특색이 뚜렷하다.

동아일보는 2010∼2013년 개인이 구매해 국토교통부에 등록한 수입차 중 상위 100개 모델의 판매량을 분석해 17개 시도별 수입차 브랜드 점유율을 살펴봤다.

BMW,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차 4대 브랜드의 점유율이 2010년 49.9%에서 2013년 65.7%로 껑충 뛰며 수입차 시장을 견인하는 게 눈에 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폴크스바겐이 13개 지역, 전통 강자 BMW가 나머지 4개 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도요타, 혼다, 닛산, 렉서스, 인피니티 등 일본차 5대 브랜드 점유율은 32.4%에서 17.0%로 하락했다. 포드, 링컨, 크라이슬러, 지프 등 미국차 4개 브랜드 점유율은 6.3%에서 8.4%로 소폭 상승했다.

서울, 대중적이거나 더 고급이거나

서울에서는 2011년을 빼곤 매년 폴크스바겐이 1등이다. 수입차 대중화로 ‘수입차=부자들만 타는 차’라는 인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대기업 회사원 구모 씨(37)는 “2010년 ‘K5’에 편의품목들을 추가하니 3000만 원에 육박했다”며 “500만 원 더 내고 수입차를 타자는 생각으로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구 씨처럼 강남 외 지역 수입차 구매자들은 대기업 직원이 대부분이다. 강북 지역의 한 수입차 전시장 관계자는 “이들 지역의 고객들은 강남 지역과 달리 선팅이나 블랙박스, 하이패스, 우산, 열쇠고리 등 각종 액세서리를 꼼꼼하게 다 챙겨가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 지역은 브랜드가 더욱 고급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51)는 지난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최상급 모델인 ‘레인지로버 오토바이오그래피’를 샀다. BMW ‘X5’를 타다가 한 단계 높은 모델을 택한 것. 최고급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서울에서 지난해 수입차 중 랜드로버의 점유율은 2010년 0.3%에서 1.7%로 올랐다. 강남 지역의 한 수입차 딜러는 “강남구에서도 전통 부자가 많은 압구정동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연예인이나 해외 유학파가 많은 청담동은 벤틀리나 페라리처럼 튀는 차량이 잘나간다”고 귀띔했다.

장거리 출근자에겐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이 인기 있는 지역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대전, 세종, 인천, 강원 등 장거리 출퇴근자가 많은 지역도 폴크스바겐을 선호한다. 수입차 중 폴크스바겐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은 편이다.

충남 서산에 거주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박모 씨(40)는 2010년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를 샀다. 경기 수원으로 강의를 다니다 보니 연비 좋은 차가 필요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37·여)는 지난해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폴크스바겐 ‘티구안 2.0’을 구입했다. 해외에서 수입차 브랜드에 익숙해진 데다 국내에서 현대자동차 가격이 미국보다 비싸다 보니 차라리 수입차를 사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폴크스바겐 대전전시장을 운영하는 아우토반 VAG 박축준 지점장은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벤처단지가 조성되면서 출장이 잦은 젊은 벤처사업가들이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연구원들이 전체 고객의 20∼30%를 차지한다”고 귀띔했다.

울산 전남 BMW 대 부산 벤츠

메르세데스벤츠 뉴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뉴 E클래스
울산, 경남, 대구 등 영남 지역은 BMW가 인기 있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세세한 성능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더 높게 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MW ‘730d’를 모는 울산의 박모 씨(52)는 “울산 사람들에겐 연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이왕이면 더 좋은 브랜드, 큰 차를 타자는 분위기, 과시욕이 있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의 BMW 점유율도 지난해 22.3%로 1등이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영남 지방과 달랐다. 한 수입차 딜러는 “호남 지역 사람들은 화끈하고 급한 성미가 있어 주행감이 다이내믹한 BMW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부산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이 전체 수입차 중 3위이긴 하지만 점유율은 전체 평균(지난해 11.6%)보다 높은 16.2%에 이르러 주목된다.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데다 사업가도 많아 정통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12년 기준 부산의 사업체 수는 27만58개로 서울과 경기 다음으로 많다.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메르세데스벤츠 ‘E63AMG’와 ‘E250CDI 4MATIC’, 아우디 ‘A7 프레스티지’를 모는 문모 씨(50)는 “부산에서 BMW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는 브랜드”라며 “40대 중반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압도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4륜구동

4륜구동 차량으로 유명한 아우디는 눈이 특히 많이 오는 강원도에서 전체 평균(지난해 11.0%)보다 높은 점유율(15.5%)을 보였다. 춘천에 거주하는 신모 씨(29)는 2년 전 아우디 ‘S4’를 샀다. 그는 “아우디가 기계식 4륜구동이라 전자식인 다른 브랜드에 비해 반응 속도가 빠르다 보니 구입했다”고 말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서울 외 지역에서도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지역별 특성도 다르게 나타난다”며 “수입차 브랜드들이 전시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전시장 수가 2005년 말 157개에서 지난해 312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강홍구 기자  

▼ 아이들 학원앞 ‘강남 엄마’ 차 살펴보니 ▼

강남 쏘나타, ‘벤츠 E클래스’에서 ‘포르셰 카이엔’으로


‘E300’ ‘528i’ ‘ES350’ ‘카이엔’ ‘레인지로버 스포츠’ ‘S60’ ‘S500’ ‘CLS350’….

8일 오후 9시 5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삼성로 마지막 차로에 일렬로 늘어선 차량 60여 대 중 국산차는 약 10대에 불과했다. 학원 수업이 끝난 자녀를 태우러 온 엄마들의 차다. ‘회장님 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S500’이 3대였고 포르셰의 1억2000만 원대 ‘파나메라’도 눈에 띄었다. ‘수입차 천국’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김모 씨(42·여)는 딸이 초등 3학년이 된 2007년 현대자동차 ‘NF 쏘나타’를 타다가 BMW ‘320i’로 수입차 세계에 입문했다. 이후 BMW ‘520d’로 바꿨다가 지금은 아우디 ‘A6 2.0 디젤’을 몬다. 김 씨는 “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들끼리 알게 모르게 서로 어떤 차를 탔는지 비교한다”며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으려고 수입차를 샀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시대에 따라 ‘강남 엄마’들이 타는 차에도 유행이 있다는 점이다. 강남 엄마들의 쏠림현상을 빗대 ‘강남 쏘나타’, ‘강남 싼타페’라는 말도 있다. 장을 보거나 학원에 아이를 데리러 올 때 몰고 다녀 ‘흔하게 보이는 차’라는 뜻이다.

포르셰 카이엔S
포르셰 카이엔S
2000년대 초반 수입차 시장이 커지기 전에는 현대차 ‘그랜저XG’와 르노삼성자동차 ‘SM520’, ‘SM525V’가 강남에서 인기였다. 특히 진주색 ‘SM525V’는 강남 유흥가에서 유독 자주 보여 우스갯소리로 ‘룸살롱 언니들의 드림카’로 불리기도 했다.

일본차를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2000년대 중반엔 렉서스 중형 세단 ‘ES350’이 폭발적 인기였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측은 “안전하고 정숙한 데다 가격이 5000만 원대 후반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세단(8000만 원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시 렉서스의 SUV ‘RX350’은 ‘강남 싼타페’로 불렸다.

2000년대 후반 독일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고 체급이 낮은 차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특히 ‘E220’과 ‘520d’가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식상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재규어 중형 세단 ‘XF’, 포르셰 SUV ‘카이엔’,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랜드로버 SUV ‘레인지로버’로 갈아타고 있다. 특히 레인지로버의 소형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배우 ‘이민정의 차’로 알려지면서 여성 구매자가 늘었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민모 씨(32)는 “주차를 할 때 20대 중 각각 1대꼴로 카이엔과 레인지로버가 보인다”고 말했다.

XF의 판매량은 2012년 742대에서 지난해 1297대, 카이엔은 845대에서 1126대, 레인지로버는 1071대에서 1675대로 급증했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경제적 여유가 있고 남편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30, 40대 여성들은 유행에 민감한 데다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특징이 있다”며 “이에 따라 최근 강남 지역 미용실에 비치되는 럭셔리 잡지에 고급 수입차 광고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강남 쏘나타’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육아에만 전념하는 엄마들의 대리만족 수단”이라며 “자신의 관심사에 투자하는 것은 적극적인 소비 생활로 볼 수 있지만 지나친 경쟁심리로 인한 과소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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