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베와 ‘스시 만찬’… 美, 亞중심축 부활 스타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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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아시아 4개국 순방
日과 TPP-필리핀과는 新군사협정… 中의 해양진출에 공동전선 구축
우크라서 무너진 위상 회복도 노려… 中 반발… 5월 푸틴 초청 맞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부터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을 통해 이 지역에서 위상 회복에 나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심축 부활을 노린다고 22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저녁 도쿄(東京)에 도착하자마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 초밥집에서 만찬을 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아베 총리의 제안을 수용해 미일 동맹 건재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다음 날 미일 정상회담 뒤 발표할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겨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는 문구를 담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도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강력한 경제협력 틀을 만든 뒤 중국을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28, 29일 방문하는 필리핀에서는 미군 주둔을 위한 신군사협정에 조인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하는 4개국을 연결하면 냉전 시대 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대항해 자국의 핵심적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설정한 제1열도선과 겹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아시아를 순방할 계획이었지만 연방정부 폐쇄로 포기했다. 이를 전후해 미국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했다는 관측이 떠돌았다.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응징을 추진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이 끝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불안은 커졌다. 특히 일본의 불안감이 두드러졌다. 일본 전문가인 케네스 파일 워싱턴대 교수는 FT에 “미일 관계도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변화는 중국의 부상 때문만은 아니며 미국에 대한 전면적 의존을 끝내고 더 많은 자치권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심축 부활 추진에 중국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하이(上海)로 초청해 ‘아시아 신뢰양성조치 회의’를 갖고 ‘아시아의 새로운 안전보장에 대한 관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을 제외하고 아시아에 독자 안전보장 체제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러시아와 동맹 체계를 굳히는 형국은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달갑지 않다.

또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에 대항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및 한일을 끌어들여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면에서도 지역의 중심축을 미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은 중국을 압박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면서도 중국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으려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딜레마 때문이다. 켄트 E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22일 아사히신문에 “오바마 정권은 중국과 폭넓은 과제를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란 북한문제와 환경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오바마 순방#아베#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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