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마약처럼 취급해서야 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규제개혁 끝장토론]
지지부진한 서비스 규제개혁 질타

“전문병원이 많은데도 40년 전 만든 규제로 종합의료시설용지에는 종합병원밖에 못 짓습니다. 승용차 만드는 회사에 트랙터도 만들라는 식입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대학은 규제 때문에 한국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학자금 융자를 해줄 수도 없습니다.”

20일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서비스 규제 완화와 관련해 이런 ‘성토’가 이어졌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여러 차례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규제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비판이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 관광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등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5대 서비스업 관련 핵심 규제 철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규제비용 총량제’ 등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추진할 규제개혁의 로드맵을 내놨다.

○ 지지부진한 서비스 규제개혁 질타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비스 규제개혁과 관련한 정부의 ‘의지 부족’을 질타하는 민간 참석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동록 맥킨지 파트너는 인천 영종도의 카지노 허가와 관련해 “마스터플랜도 없이 단발성으로 복합리조트 허가를 계속 내는 방식은 문제”라며 “규제를 개혁하면 얼마만큼의 경제효과가 있을지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여론이 나빠지고 개혁 의지가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일본과 베트남 등이 복합리조트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며 “도입이 늦어지면 우리가 시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성민 보바스병원 이사장은 “해외에 진출하려고 해도 비영리법인으로 묶여 외부 투자를 못 받아 한계가 있다”고 답답해했다.

소프트웨어 분야 민간 참석자인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게임을 마약처럼 취급하는 규제로 국내 게임회사는 유례없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게임 셧다운제도가 저소득가정 자녀들에게 효과가 있지만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답하자 게임 진흥을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은 “폐지하는 것이냐”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 부처에 2016년까지 경제 규제 20%를 감축하면서 서비스 규제 개선에 특별히 가중치를 두기로 했다. 서비스 분야 규제는 폐지하지 않고 완화하기만 해도 다른 규제보다 가중치를 줘 부처의 규제감축 목표량을 달성한 것으로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 낡은 규제 없애고 규제비용 총량제 도입

규제비용 총량제는 영국식 ‘코스트 인, 코스트 아웃’ 방식을 도입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신설 규제 하나를 도입하면 그 규제로 늘어나는 국민의 비용만큼 다른 규제를 폐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법에 근거한 규제가 아닌데도 행정규칙 등으로 사실상 규제 역할을 하는 미등록 규제는 6월까지 각 부처의 자발적인 신고를 받고, 신고하지 않은 규제는 자동으로 효력을 잃도록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코스트 인, 코스트 아웃’보다 한층 강화된 ‘원 인, 투 아웃(규제 한 개를 도입하면 2개를 의무적으로 없애는 방식)’ 제도가 현재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개혁 방안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규제비용 총량제는 신설되는 규제의 비용을 각 부처에서 추산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는 규제 증가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의원입법 체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규제개혁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의원입법은 황사와 같은 존재”라며 “의원입법을 심사하는 체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의원입법에 관한 규제 심의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달라”며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