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질 경쟁의 핵심은 수학
국내 지상파 방송은 올해 6월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과 9월에 개최되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다음 달부터 대대적인 초고화질(UHD) 영상의 시험방송을 예고하고 있다. UHD 영상은 화면을 구성하는 화소라는 점들이 가로 3840개, 세로 2160개로 배열돼 기존 고화질(HD) 영상보다 네 배나 크고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선명하고 생생한 영상을 안방에서 감상하려면 TV가 방송사에서 보내오는 초당 60프레임의 영상을 초당 120개나 240개의 프레임으로 변환해줘야 한다. 초당 재생 프레임이 많을수록 영상은 더 자연스럽고 생생해진다.
앞뒤 프레임을 안다는 것은 화면을 구성하는 점인 화소들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알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모든 점에 해당하는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 이 방정식으로 중간 지점의 위치를 계산하면 없던 화면을 만들어 넣을 수 있게 되는 원리다.
광학 흐름 기법은 화질 개선을 위한 최고의 방법이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TV에 들어가는 계산용 칩의 성능 향상이 필수다.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팀은 한 글로벌 가전사와 함께 계산용 칩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여러 개의 칩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렬계산기법’을 개발해 실제 TV 설계에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상태다.
○‘평균’이 선명한 화질 만든다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서진근 교수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만으로 파악할 수 없는 질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영상장비 ‘자기공명저항률단층촬영장치(MREIT)’의 원천기술을 2002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 서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우응제 교수 연구팀은 2008년 MREIT 장비를 개발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이 장치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인체 신호를 영상으로 만들 때 생기는 잡음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 장비들은 대부분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리는데, 문제는 인체에서 나오는 신호의 크기도 작아진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의료장비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잡음과 인체 신호의 크기가 비슷해 신호를 영상으로 표현할 경우 판독이 쉽지 않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의 ‘평균값’이 이용된다. 디지털 영상은 사물을 입자 단위로 쪼개서 그 입자를 구성하는 색을 수치 정보로 나타내는데, 특정 입자를 나타내는 수치가 인접한 입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거나 작으면 잡음으로 처리된다.

서 교수는 “수학적 기법을 통해 깨끗한 화질의 저항률단층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만큼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수학적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