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상파TV서 한드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5대 방송사 모두 편성서 제외… 反韓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듯

“약 4년에 걸쳐 방송했던 ‘한류 셀렉트’를 현재 방송하고 있는 ‘시크릿 가든’을 끝으로 중단합니다.” 최근 일본 지상파 방송인 도쿄방송(TBS)의 ‘한류 셀렉트’ 홈페이지에는 ‘방송 종료’ 공지가 떴다. 2010년 시작된 TBS ‘한류 셀렉트’는 평일 오전 10∼11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전문 프로그램. 이 프로를 통해 ‘시크릿 가든’ ‘드림하이’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숱한 한국 드라마가 소개됐다. 그러나 14일 종영 이후에는 이 시간대에 일본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다.

2010년부터 한국 드라마를 꾸준히 내보내온 NHK도 일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동이’가 끝나는 5월 이후엔 영국 드라마를 편성할 예정이다. 두 방송사가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하면 일본 내 지상파 방송사 중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채널은 규모가 작은 도쿄TV만 남게 된다. 전국에 방송되는 메이저 5대 방송사(NHK, TBS, TV아사히, 니혼테레비, 후지TV)가 모두 한국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것은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 지상파 채널은 한류 팬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2005년 ‘대장금’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것도 NHK 방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후련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상파의 한국 드라마 방영 중단은 일본 내 한류의 입지를 급격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내 반한(反韓) 분위기가 한국 드라마 방송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 日 DVD시장 한드 비중 6.3→4.5% ▼
케이팝 앨범 판매도 작년 29% 줄어… 한류팬 “주변서 한심한 사람 취급”


후지TV는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국 드라마 방영을 전면 중단했다. NHK는 최근 경영진의 잇단 우경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근에는 NHK 등 주요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국 가수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김영덕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장은 “최근 2∼3년 한류에 대한 저항감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한류 팬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배우 배용준의 팬인 마쓰모토 가오리(松本香·53·여) 씨는 “얼마 전 고교 동창 모임에서 친구가 정색하며 ‘한국 드라마를 아직도 보느냐’고 말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면서 “예전엔 별 말 않던 남편도 요즘은 ‘한심하다’는 투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류 시장의 큰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은 한국 방송콘텐츠 수출액의 62%, 음악 콘텐츠 수출액의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내 케이팝 싱글 앨범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18.5%, 정규앨범 판매량은 28.6% 줄었다. 전체 DVD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6.3%에서 지난해 상반기엔 4.5%로 감소했다. 최근 지속되는 ‘엔저 원고’ 현상도 한국 드라마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일본 위성방송에서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 중 40%는 재방송이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한류 콘텐츠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배우와 작가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르며 제작비 거품을 만들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후련 교수는 “한류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장르, 특정 국가에 집중된 한류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한류#일본#한국드라마#한일관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