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까지… ‘반값 전쟁’은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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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반값제품 판매 5년째
이번엔 2만4900원짜리 에센스 이마트서 출시

《 ‘반값’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다. 치킨 피자 라면 등 먹거리에 이어 생활용품, 가전제품까지 가격을 낮춘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화장품이다. 그중에서도 고가(高價) 제품으로 불리는 에센스가 이마트의 ‘반값’ 시리즈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2일 ‘솔루시안’이라는 이름으로 에센스, 크림, 토너, 오일 등 보습 제품 4종을 내놨다. 그중 에센스는 세수를 한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지 않고 수초 내에 바르도록 해 ‘3초 에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3초’가 아닌 2만4900원이라는 싼 가격에 있다. 》

‘솔루시안’은 이마트(유통업체)가 화장품 브랜드 ‘엔프라니’(제조사)와 함께 만든 기획 상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에센스 제품 가격은 보통 5만∼10만 원 선이다. 특히 해외 브랜드 제품의 경우 10만 원 넘는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반의 반값’ 수준이다.

김현성 이마트 화장품 바이어는 “광고, 샘플 제조 등 마케팅 비용도 5% 이하로 낮췄다”며 “보통 화장품 제품에 마케팅 비용이 판매가의 25%인 것과 비교하면 (마케팅 비용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계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화장품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이미 나와 있는 성분을 넣어 만들기도 하지만 고가 제품은 새로운 성분을 개발해 넣는다”며 “가격이 비싼 것은 이에 들어가는 연구개발(R&D)비나 인건비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거나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발(發) 반값 제품의 역사는 올해로 5년째다. 2009년 업계에서는 2009년 홈플러스가 자체브랜드(PB) 라면 한 개(당시 460원)를 절반 가격인 230원에 판 것을 ‘반값 마케팅’의 시초로 보고 있다. 2010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이마트의 ‘이마트피자’ 등 식품에서 자전거, 전구 같은 생활용품과 TV 등의 가전제품, 화장품, 최근에는 도자기나 홍삼 등 비교적 가격이 비싼 제품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주로 대형마트 PB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기획 상품으로 롯데마트는 그 안에서 ‘통큰’ ‘손큰’ 등 브랜드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2010년 통큰치킨과 이마트피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이 규탄대회를 여는 등 사회적인 이슈를 몰고 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가 내놓은 ‘6년근 홍삼정 240g’으로 그동안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65∼70%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던 KGC인삼공사의 홍삼 제품에 대해 ‘가격 거품’ 논쟁이 일기도 했다.

단기간 판매하고 그치는 ‘미끼 기획 상품’이라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내놓은 ‘접이식 자전거’나 롯데마트가 인켈과 함께 지난해 내놓은 40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 등은 당시에만 판매가 되고 현재는 나오지 않는 반값 상품들이다.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내놨던 ‘반값 랍스터’(9000∼9900원)의 경우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해 소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속적이지 않아 ‘한철 장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유통업체가 과도하게 반값을 만들려는 시도보다는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제품의 가격 거품을 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반값 화장품#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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