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과일? 알고보니 황금알”

동아일보 입력 2013-12-21 03:00수정 2013-12-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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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난 농산물로 틈새시장 개척… ‘파머스페이스’ 청년 창업자들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이 부산대 앞 카페 ‘열매가 맛있다’에서 과일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곳은 흠집이 나거나 작은 농산물로 만든 생과일주스를 싸게 팔아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이 배는 흠집이 좀 있지만 맛과 영양에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이 녀석은 좀 작아서 도매업자들이 안 사갔지만 맛은 그만이죠.”

1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 카페 ‘열매가 맛있다’에서 만난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32)는 박스에서 ‘못난이’ 과일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곰보처럼 얽어 있는 것도 있고, 긴 흠집이 난 것도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파머스페이스는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운 농산물 중 도매업자가 외면한 것들을 사들여 온라인으로 싸게 팔거나 카페에서 주스 등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이 회사 서 대표와 윤영준 마케팅팀장(31)은 지난해 초 동아대 대학원에 다니다 ‘청년들이 나서 농산물 유통의 거품을 빼자’는 취지에 의기투합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농산물의 크기와 외양은 제각각이지만 도매업자들은 기준에 미달하면 불량품으로 간주하고 값을 후려쳐 주스나 잼으로 가공한다. 반면 파머스페이스는 이런 못난이들도 가치를 인정해준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일반 농산물의 절반 이하 가격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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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일반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1000원에 팔린다면 농가는 도매업자에게 넘길 때 300∼400원 받는 게 고작”이라며 “못난이 농산물은 그보다 싸게 사들이고 마진도 적게 붙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운영, 홍보, 마케팅까지 도맡아 하는 파머스페이스의 마진은 판매가의 15% 정도다.

파머스페이스는 올해 초 판로를 넓히기 위해 대학가에 카페 ‘열매가 맛있다’를 열었다. 못난이 상품을 가공한 100% 생과일주스를 경쟁업체의 절반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멜론을 통째로 파낸 뒤 과육과 아이스크림을 풍성하게 얹은 ‘멜론 빙수’는 대박을 터뜨렸다. 내년 초에는 부산에 ‘열매가 맛있다’ 2호점을 열 계획이다.

창업 2년 차인 파머스페이스는 올해 매출 3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지만 초기에는 실수도 많았다. 윤 팀장은 “처음엔 품질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아파트 부녀회 시식행사 때 ‘왜 이런 걸 들고 왔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고, 전문성이 부족해 농가에서 ‘먹어보고 사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끌려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서 대표는 “B급 농산물 유통으로 유명한 일본의 메케몬 히로바 현장을 보고 확신이 들었다”며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공모전에도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한 공모전을 통해 취지에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났고 카페도 열게 됐다.

이달 초에는 SK행복나눔재단 주최 사회적기업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았다. 재단 측은 파머스페이스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가장 잘 조화시킨 점을 인정해 ‘임팩트 투자 대상’으로도 선정해 투자와 함께 멘토링도 제공하기로 했다.

부산=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파머스페이스#서호정#열매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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