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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전문가 “이지원 기록, 서버통해 삭제할 수 있다”

입력 2013-07-20 03:00업데이트 2013-07-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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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정부 제출 목록에 盧-金회의록 없다’ 증언따라 관심 고조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e-知園)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국가기록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지원에서 문서가 삭제된 건 아닌지, 기술적으로 삭제가 가능한 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대통령기록물을 넘기기 직전 이지원에 있는 모든 자료에 대해 재분류 작업을 벌였다. 각종 문서들을 성격에 따라 공개기록, 비밀기록, 지정기록 등으로 나눈 것이다. 특히 최장 30년까지 열람이 제한되는 지정기록물은 규정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재가(裁可)를 받았고, 대통령이 재가한 기록물의 목록 역시 지정기록물로 분류돼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갔다.

국가기록원 실무자는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재가한 목록에 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증언했다. 국가기록원 기록물관리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남영준 중앙대 교수(문헌정보학과)는 “청와대 이지원에 있던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의 팜스(PAMS)로 넘어온 뒤에는 3중, 4중의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삭제나 수정이 불가능하다”며 “애초에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았다면 청와대가 이지원에 회의록을 저장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저장됐다가 폐기됐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의원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회의록이 이지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과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초대 대통령기록관장)은 “2007년 10월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회의록 초안을 보완해 12월 이지원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정상회담 당시 기록담당으로 배석했던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이 회의록 최종본을 작성해 안보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지원으로 보고되면 정상회담 회의록은 당연히 지정기록물로 분류된다. 국가기록원 확인 결과 재가 목록에 없었다면 폐기됐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회의록 폐기는 기술적으로 이지원 자료를 삭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이지원에 자료가 등록되면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원을 벤치마킹해 삼성SDS가 개발한 안전행정부의 온나라시스템도 관리 단계에서는 기록을 삭제할 수 없도록 디자인돼 있다. 안행부 전산팀 관계자는 “온나라시스템은 문서가 등록되면 등록대장이 만들어지고 문서번호가 자동으로 부여된다”며 “기록이 잘못됐더라도 수정하거나 다시 등록해 처음 기록도 남기라는 취지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관리 단계에서는 온나라시스템처럼 이지원도 기록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서버를 통한 삭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스템통합(SI)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누구도 데이터를 삭제할 수 없도록 만든 시스템이란 없다. 삭제 권한을 어느 선까지 부여할 것인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시스템을 설계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경 전 비서관은 “이지원 시스템매니저에게 삭제 권한을 줬을 텐데, 아무도 모르게 삭제하려고 하면 못하진 않겠지만 불법인데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삭제가 가능하더라도 회의록을 의도적으로 폐기했을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실수로 빠졌을 가능성, 전자문서이기 때문에 파일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길진균·임우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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