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나는 자유인이다, 부아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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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나는 모터사이클 캠핑 가이드
오토캠핑보다 기동성 뛰어나
휴식-요리 도구 수납 충분… 윈드스크린 챙겨 우천 대비를

모터사이클 캠핑은 ‘오토캠핑’과 ‘백패킹’의 재미를 모두 갖췄다. 이동할 때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감성을 앞세운 캠핑을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 둔치에서 ‘베스파’ 오토바이로 모터사이클 캠핑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모터사이클 캠핑은 ‘오토캠핑’과 ‘백패킹’의 재미를 모두 갖췄다. 이동할 때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감성을 앞세운 캠핑을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 둔치에서 ‘베스파’ 오토바이로 모터사이클 캠핑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누구나 한번은 체 게바라를 꿈꾼다. 혁명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대학생일 때 떠났던 8개월에 걸친 오토바이 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우리는 의학도의 길을 걷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자신만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쓰고 싶어 한다.

최소한의 짐만 챙겨 훌쩍 떠나는 여행. 오토바이가 닿는 곳이 곧 목적지다. 낯선 곳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웃음 짓는, 까맣게 그을린 자신의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꿈은 이루어질까. 이번 주 동아일보 ‘레츠’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모터사이클 캠핑’을 준비하는 법을 알아봤다.

오토캠핑과 백패킹 사이

‘모터사이클 캠핑’은 오토캠핑과 백패킹의 장점과 즐거움을 고루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오토캠핑의 기동성과 백패킹의 자유로움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은 일단 규모가 크고 마니아들이 즐기기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이용한 캠핑은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간편하게 준비해 떠날 수 있습니다.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에서 감성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멋들어진 디자인의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오토바이 브랜드 ‘베스파’의 김민진 운영팀 차장의 말이다. 김 차장의 말처럼, 오토바이는 오토캠핑에 비해 준비할 것이 적다. 그러면서도 오토캠핑보다 이동이 훨씬 자유롭다. 오토캠핑의 경우 마음먹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캠핑장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머물기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기동성이 좋다. 김 차장은 “배기량 250cc 이상의 기종을 이용한다면 서울에서 강원 속초시까지 약 4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자체도 즐거운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소 긴 이동시간도 차로 이동할 때보다 지루함이 덜하다.

걸어서 이동하는 아웃도어 활동보다는 훨씬 많은 짐을 챙길 수 있어 좋다. 캠퍼들을 위해 수납기능을 극대화한 오토바이는 보통 10kg 이상을 적재할 수 있다. 1, 2인용 소형 텐트의 무게가 3kg에 불과하니, 캠핑 장비를 챙기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등산이나 트레킹 등을 따로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 배낭도 챙길 필요가 없다.

평소 무게 때문에 시도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캠핑장비를 챙겨 떠날 수도 있다. 캠핑용품 브랜드 ‘어네이티브(A.NATIVE)’가 새로 선보인 모터사이클용 캠핑용품이 좋은 예다. 어네이티브는 나무나 가죽을 이용해 경량화보다는 감성에 무게를 둔 제품들을 내놓았다. 소형 원목의자, 테이블, 화로대, 양념통, 매트 같은 제품들이다. 김재성 어네이티브 실장은 “종류에 따라서는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그렇다고 짐을 무작정 많이 챙겨서는 안 된다. 두 바퀴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의 특성상 짐의 무게나 부피가 지나치게 커지면 차체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오토바이를 고를까

오토바이는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게 좋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초심자에게는 배기량 125cc 이하의 제품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일반 운전면허로도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적재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초심자는 125cc 이하로… 속도 즐기려면 경차급 배기량 선택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있는 오토바이 브랜드 ‘베스파’와 캠핑용품 브랜드 ‘어네이티브’ 협업 매장.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있는 오토바이 브랜드 ‘베스파’와 캠핑용품 브랜드 ‘어네이티브’ 협업 매장.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캠핑용 오토바이들은 대개 핸들 앞쪽과 뒷바퀴 위쪽에 적재공간이 있다. 앞부분에는 평소에는 접혀 있다가 짐을 놓을 때만 펼쳐서 사용하면 되는 공간이 있다. 뒷부분에도 단단한 소재로 된 리어 캐리어가 달려 있다. 그리고 리어 캐리어의 양 옆으로 추가로 캐리어를 장착할 수도 있다. 이렇게만 해도 작은 크기의 여행가방 2, 3개 정도의 적재 공간이 확보된다. 스쿠터형 오토바이를 선택할 경우 핸들과 무릎 사이에 추가로 적은 양의 짐을 올려둘 수도 있다.

속도감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고급스러운 제품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BMW 모토라드에서 선보이는 ‘뉴 F800 GS 어드벤처’ 같은 오토바이가 대표적이다. 일단 경차에 육박하는 798cc의 배기량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연료탱크 용량이 24L에 달해 자주 주유를 할 필요가 없고, 장시간 운전에도 지치지 않도록 발 지지대와 손 보호대를 더욱 강화했다. 수납함 기능을 하는 패니어랙도 달려 있다.

아예 오토바이 브랜드와 캠핑 브랜드가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어네이티브는 베스파와의 협업을 통해 전용 적재함을 선보였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협업 매장을 내고 제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안전을 고려한 준비가 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오토바이를 고를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비와 관련된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 좋다. 오토바이를 고를 때는 ‘윈드 스크린’이 옵션으로 장착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윈드 스크린은 달릴 때 빗방울이나 벌레가 헬멧에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비가 내려 미끄러운 길을 달릴 때를 대비해 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이 장착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옷도 잘 골라야 한다. 날씨가 덥다고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넘어졌을 때 부상을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오토바이를 탈 경우 몸이 지나치게 차가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수와 통풍이 잘되는 윈드재킷 등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두께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시(그물) 소재로 된 라이딩 재킷을 챙겨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안전 장구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짐을 쌀 때도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오토바이의 양 측면에 거는 새들백은 양쪽의 무게가 비슷하도록 싸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으로 무게가 치우치면 주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릴 때를 대비해 레인 커버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이런 원칙만 지키면 나머지 짐싸기는 간단하다. 먼저 무게가 가벼운 침낭이나 매트, 돗자리 등은 잘 말아서 앞쪽의 적재공간에 잘 묶어두면 된다. 그리고 단단한 소재의 리어 캐리어에 깨지거나 손상되기 쉬운 장비를 넣는다. 대부분의 짐을 오토바이에 넣을 수 있고, 이동도 편리하기 때문에 배낭을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 배낭을 따로 챙길 계획이라면 30L 이내의 허리 고정벨트가 탄탄한 제품을 고르면 된다.

▼차가 ‘집’이라면 오토바이는 ‘자연 그 자체’ 특별한 여행주제 잡아 떠나면 더욱 재밌죠▼

사진작가 김홍희 씨의 체험담
유경탁 씨 제공
유경탁 씨 제공

오토바이(모터사이클)로 전국을 돈다는 것…. 모터사이클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꿈꾸었을 그 일을 직접 한 사람이 있다. 니콘이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20인, 문예진흥원 선정 ‘한국의 예술선 28인’ 등으로 주목받았던 사진작가 김홍희 씨(54)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지난해 여름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최근 한 방송사와 함께 ‘사진작가 김홍희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제작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서해안과 남해안을 거쳐 부산까지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그는 “오토바이 여행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그것과는 다르다”며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그 자체가 아웃도어 활동의 진수”라고 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모터사이클을 이용한 긴 여행, 직접 해보니 어떤가.
‘사진작가 김홍희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활영당시 김홍희 사진작가의 모습(오른쪽). 유경탁 씨 제공
‘사진작가 김홍희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활영당시 김홍희 사진작가의 모습(오른쪽). 유경탁 씨 제공

역시 차량을 이용한 오토캠핑 여행과는 달랐다. 모터사이클은 바람을 맞으면서 달린다. 아웃도어 활동은 원래 밖으로 나가는 것이 목적인데, 그 목적에 맞는 것 같다. 자동차가 집이라고 하면 오토바이는 ‘자연 그 자체’라고나 할까.

캠핑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것도 다르다. 오토캠핑처럼 밥을 제대로 지어먹고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첩첩산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이동하는 방법을 주로 썼다. 가끔은 간단히 식사를 포장해서 이동하다 중간에 먹기도 했다.

―모터사이클 여행에서 중요한 점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만큼 안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안전장구를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자기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같이 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칠 수 있다. 우리끼리 흔히 하는 말 중에 “추워서 죽는 것보다 쪄 죽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전 복장을 든든하게 챙겨 입으라는 뜻이다.

―짐은 어떻게 준비했나.

짐은 최소화해야 한다. 캠핑의 즐거움이 야외에서 만들어 먹는 식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취사도구를 챙기는 편이 좋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아예 취사도구를 챙기지 않아도 좋다. 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를 듣는 게 목적이라면 텐트와 침낭 등 기본적인 도구만 챙겨도 된다.

―모터사이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목적 없이 훌훌 떠나는 여행이 가장 즐겁지만 그래도 ‘주제’는 정하는 것이 좋다. 여행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어 ‘나는 아름다운 길을 즐기겠다’ ‘전국 방방곡곡에 사는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겠다’ ‘유명한 절의 큰스님을 만나겠다’ 같은 것들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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