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린 후에 의료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병에 걸리는 비율 자체를 낮추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국민건강포럼 발족을 주도한 문창진 한국건강증진재단 이사장(사진)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질병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의료비 지원을 확대해도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노인 의료비 증가세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 이사장은 “4대 중증질환 중 희귀난치성 질환을 제외한 암, 뇌혈관계, 심혈관계 질환은 모두 유전적 요소가 없는 비감염성 질환이므로 생활습관을 고치면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의료비 지원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정부는 예방 활동을 강화해 의료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 제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의약분업, 2003년 신빈곤층 문제 등의 급한 사안이 돌출하면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줄곧 뒤로 밀려왔다. 문 이사장은 “그동안 건강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1995년 비교적 빨리 건강증진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정체기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문 이사장은 포럼 토론회에 참여한 태국 보건당국의 노력에 주목했다. 태국은 연간 1000억 원가량을 금연 및 절주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그는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태국 보건당국이 한국을 찾아 우리의 선제적 노력을 배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오히려 태국을 배워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은 총리가 직접 건강증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이사장은 담뱃값 인상, 담배 겉표지에 위험사진 부착 등이 각계의 반대에 가로막혀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도 아쉬움을 보였다. 2004년 복지부 차관 시절 담뱃값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500원 올리는 것을 주도했던 그는 “당시 담뱃값을 먼저 500원 올리고 나중에 500원 더 올리는 데 합의했지만 국민 여론 때문에 추가 인상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며 “이런 상태가 10년가량 지속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끝으로 문 이사장은 담뱃값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이 건강 관련 사업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기금의 약 5%만 순수 건강사업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팔아 국가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생각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흡연율을 낮추고 특히 청소년의 흡연을 막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이 정말 필요합니다. 현재의 약 2배 수준까지 담뱃값을 올려야 합니다.” ● 국민건강포럼 발기인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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