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에 등장한 억압받는 여성들은 눈을 부릅뜨고 있어요. 그들의 용기에 대한 경외의 표현입니다.”
16일 오후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이집트 출신 여성작가 가다 아메르(50)는 자신의 작품 속 여성의 표정을 잘 봐달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그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상을 받았다. 2000년 부산 비엔날레와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가했다.
다음 달 30일까지 국제갤러리 3관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주제는 ‘그녀에 대한 참조’. 신작인 브론즈 조각 4점과 자수 회화 4점이 전시된다.
4점의 조각은 브론즈와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속이 텅 빈 둥근 모양이다. 그중 여성의 얼굴과 몸의 선을 세공한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은 정치 사회와 연관된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 과정에서 군화에 짓밟혀 파란 브래지어가 드러난 여성들이죠. 트위터로 그들의 사진을 봤을 때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여성성을 다룬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속이 텅 빈 검은 브론즈 구조물에 아랍어로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가 세공돼 있다. 글자는 좌우가 뒤집혀 있어 구조물의 빈 공간을 통해 반대편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이란 출신의 작가 레자 팔콘더와 합작한 자수 회화에도 여성에 대한 그의 철학이 드러난다. “바느질이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매체죠. 그걸 통해 여성의 상처와 사랑, 권익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02-3210-988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