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400달러 넘는 물품 카드결제땐 관세청 자동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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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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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업무보고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의 합동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의 합동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 서울 강남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 씨. 지금까지 그는 30만 원 미만의 소액 ‘복비’를 받으면 따로 현금영수증을 끊어 줄 일이 많지 않았다. 고객의 요청이 없으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했다간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된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기준금액이 3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 없다”며 가 버려도 김 씨는 전용 단말기에 현금영수증 발급 정보를 입력하고 매출 명세를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2. 해외 출장이 잦은 박모 씨는 주변 사람의 부탁을 받고 해외 면세점에서 고가(高價) 명품을 사오는 일이 많다. 면세 기준(400달러)을 넘는 제품을 사들고 올 때 지금까지는 운 좋게 공항 세관 직원의 눈을 피해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박 씨가 해외 면세점에서 400달러 이상 신용카드로 결제한 명세가 실시간으로 관세청에 통보된다. 박 씨가 명품 가방을 갖고 입국하면서 신고를 안 하면 세관 직원이 그의 사진을 들고 있다가 잡아 낼 개연성도 커진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이처럼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세원(稅源) 확대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재원(財源)을 마련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0∼25% 수준인 지하경제 규모를 선진국에 가까운 10∼15%로 낮추는 게 목표다.

○ 고액 현금 거래 자영업자 단속에 초점

정부는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한 첫 번째 카드로 현금영수증 제도 확대 방안을 내놨다. 신용카드를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는 이미 충분히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현금영수증에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을 20%에서 30%로 높였다. 여기에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대상마저 확대되면 자영업자의 세원은 더 노출된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미발급액의 50%가 과태료로 부과된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도매상이나 유통업자 등 사업자 간의 불투명한 거래를 상당 부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 상인 이모 씨(55)는 “수기(手記)로 계산서를 주고받을 때는 상인들끼리 매출, 매입 장부를 나중에 조작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외에 세수(稅收)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다른 정책도 대거 추진된다. 우선 금융소득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파생상품 거래에 거래세(선물 0.001%, 옵션 0.01%)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체 비과세·감면 규모는 올해 세법 개정 때 우선 2조 원 줄이고 앞으로 5년간 15조 원 정도를 삭감하기로 했다. 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한 ‘소득공제’ 위주의 조세 혜택도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 400달러 이상 해외 구매 명세 실시간 통보

세법의 집행도 강화한다. 국세청은 조세범처벌법에 조세 회피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사용했을 때 제재하는 규정을 담아 계좌의 실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가짜 석유와 불법 사채업 △대기업·대재산가의 비자금 조성 △국내외 재산 은닉을 통한 역외 탈세 등에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달 중 관련법을 개정해 현재 ‘조세 범죄 관련’으로 한정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 공개 범위를 ‘탈세 혐의 조사’와 ‘체납 징수 정보’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현재 1000만 원 이상인 금융회사의 의심 거래 보고 기준금액을 폐지해 액수에 관계없이 의심스러운 거래는 모두 보고하도록 했다. 관세청은 이르면 하반기 중 여행자가 해외 면세점에서 신용카드로 면세 기준(400달러)을 초과한 물품을 구입하면 카드 사용 명세가 실시간으로 관세청에 전달되도록 시스템을 바꿀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번 카드사로부터 일부 고객의 사용 명세를 전달받아 ‘블랙리스트’ 작성에만 활용했다. 이를 포함한 다양한 세원 추적 방안을 통해 관세청은 5년 동안 세수를 9조8000억 원 늘릴 계획이다.

○ ‘서비스 가시’ 샅샅이 발굴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 외에도 일자리 창출과 민생 안정 등을 위한 정책들도 올해 다양하게 추진된다. 정부는 우선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핵심 규제(손톱 밑 가시)를 샅샅이 발굴해 폐지하거나 완화하기로 했다. 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종합병원급 외국 의료기관과 해외 명문 대학을 설립해 인천 송도를 유망 서비스산업 발전의 허브로 개발하기로 했다. 또 세제를 ‘고용 친화적’으로 개선한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00만 원씩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세액 공제해 주기로 했다.

세종=유재동 기자·김철중 기자 jarrett@donga.com
#관세청#자동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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