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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타자의 능력, OPS 따져봤어?

입력 2013-03-29 03:00업데이트 2013-03-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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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가고 공 멀리 쳐내는 척도… 공격 공헌도 좀 더 정확히 나타내
지난해 프로야구 홈런왕 넥센 박병호는 올 시즌 시범 경기를 타율 0.174로 마쳤다. LG 이병규(7번)의 0.179보다도 못한 기록. 그런데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과는 달라진다. 박병호는 시범 경기에서 안타 4개를 모두 홈런으로 때려냈고, 볼넷도 안타보다 3개 많은 7개를 얻어냈다. 이에 따라 박병호의 OPS(On-base Plus Slugging·출루율+장타력)는 1.083으로 이병규(0.55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야구팬들은 타자를 평가할 때 보통 타율, 타점, 홈런 등 눈에 쉽게 보이는 기록을 쓴다. 언론에서도 이 세 부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선수가 나오면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거창한 칭호를 붙여준다. 하지만 박병호 사례처럼 타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부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보통 팀 공헌도를 측정할 때 쓰는 타점은 어떨까.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타점을 가장 많이 올린 선수는 삼성 최형우(292타점)다. 최형우는 득점권(주자 2루 이상인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숫자(546타석)도 가장 많았다. 같은 방식으로 타점이 많은 타자 11명(공동 10위)과 득점권 타석이 많은 타자 11명을 비교한 결과 9명이 겹친다. 타점은 ‘기회’라는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기회는 능력이 아니다.

홈런도 100% 정답은 못 된다. 많은 야구팬이 역대 최고로 꼽는 1994년 해태 이종범의 맹활약(196안타, 타율 0.393, 84도루)은 홈런 숫자(19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해 쌍방울 김기태(24개), 태평양 김경기(23개)가 홈런은 더 쳤지만 1994년 최우수선수(MVP)도, OPS 1위도 이종범(1.033)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타율, 타점, 홈런보다 OPS를 더 정확한 자료로 받아들인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아웃을 최대한 적게 당하면서(출루) 주자가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공을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것(장타)이 야구 공격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감독을 지낸 토비 하라는 “야구 기록은 비키니와 같다. 야구 기록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OPS도 빠른 발이나 ‘클러치 능력’(찬스에 강한 능력) 같은 요소는 평가하지 못한다. 출루율과 장타력을 일대일로 더하는 게 정확한 계산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타율, 타점, 홈런보다는 OPS가 더 ‘섹시한’ 기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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