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적극투표층 줄어드는 2030세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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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청년실업 해법 안보여… 당장 취업준비-기말고사 바빠”

“당장 내년 전반기에는 취업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보다는 일단 학점 관리에 집중하고 싶어요.”

연세대생 송모 씨(25)는 10일 도서관을 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그는 “대선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라고 했다.

○ 취업 전쟁에 눌린 대선 열기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시험기간과 대선 투표일이 겹친 2012년 12월 현재 대학가의 대선 열기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식었다. 연세대는 기말고사가 17일 시작해 24일 끝난다.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 동국대 등 다른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의 기말고사 기간도 대선일과 겹친다. 서울대생 김모 씨(25·여)는 부재자 투표 안내를 여러 번 받았지만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김 씨는 “시험공부로 바쁜 와중에 지지 후보도 없는 대선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1총선 때는 전국의 대학 29곳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됐지만 이번에는 5곳 줄어든 24곳에 설치됐다.

‘노빠’(노무현 열성 지지자)라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열렬 지지층이 줄어든 것도 이번 대선을 맞는 2030 세대의 특성이다. 10년 전 이맘때 ‘노사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박모 씨(36·여)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만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친노 세력에 대한 실망도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열정적으로 지지하고 행동해도 결국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흥이 안 난다”라고 했다.

○ 줄어든 ‘적극 투표층’

서울 구로구에 사는 유치원 교사 김모 씨(27·여)는 대선 때 투표 대신 휴가를 내 남편과 2박 3일 국내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 지난 대선 때는 후보들의 정책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TV 토론도 모두 챙겨 봤지만 이번엔 와 닿지 않는 공약에다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실망해 투표할 마음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 씨는 “이미지만으로 싸우는 후보들을 보면서 대선은 잊었다”라고 말했다.

2030 세대의 대선 열기가 예년보다 식은 데는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안 전 후보 사퇴 전인 지난달 20∼22일과 사퇴 후인 이달 1∼3일 각각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라고 밝힌 30대가 82.9%에서 75%로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대도 75.4%에서 72.5%로 감소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통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향은 10% 이상 더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도 이렇게 줄어든 것은 안 후보 사퇴 이후 무당파 지지자들도 함께 투표층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지금은 2030 세대에게도 취업과 결혼 육아 등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이미지나 정치성 구호만으로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라며 “누가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느냐의 상황에서 뚜렷한 정책이 없는 후보를 모두 멀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일·이새샘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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