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보고서 “日에 넘겨준건 시정권… 영유권과 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1972년 오키나와-센카쿠 반환 관련 ‘영토분쟁 중립’ 재확인
“美, 대만-中눈치봤다”… 日언론, 분쟁의 불씨 우려

미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과 관련해 일본에 영유권(sovereignty)이 아니라 입법·행정·사법권을 의미하는 시정권(施政權·administration)만 인정했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사이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립적인 방침을 재천명함에 따라 양국 간 분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 조사국(CRS)은 지난달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센카쿠 열도 분쟁: 미국의 협정 의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CRS는 2010년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1953년부터 오키나와(沖繩) 제도 등 북위 29도 이남의 난세이(南西) 제도를 신탁통치하게 된다. 강화조약에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미국은 1953년 미 군정령으로 센카쿠 열도를 난세이 제도에 포함시켰다. 미국은 이후 1971년 일본과 체결한 오키나와 반환협정에 따라 오키나와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시정권을 1972년 일본에 돌려줬다.

오키나와 반환협정 체결 당시 미 국무부는 ‘오키나와 반환협정이 센카쿠 영유권에 영향을 주느냐’는 의회의 질문에 “미국은 일본에 시정권을 넘겨주지만 일본과 중국 대만의 영유권 다툼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답변했다. 윌리엄 로저스 당시 국무장관은 “반환 협정은 센카쿠 열도의 법적 지위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버트 스타 미 국무부 법률자문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일본이 이 섬에 대한 시정권을 우리에게 넘기기 전 가졌던 법적 권한을 늘릴 수도 없고, 이 섬을 돌려주면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나라들의 권리를 줄일 수도 없다”고 답했다.

오키나와 반환협정은 센카쿠 열도는 물론이고 오키나와 본섬에 대해서도 ‘행정·입법·사법권을 일본에 넘겨준다’고 규정돼 있다. 영유권이 아니라 시정권을 반환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오키나와는 원래 일본의 영토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미국이 영유권이 아니라 시정권만 위임받았던 만큼 이를 돌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학자들은 1945년 7월 포츠담선언 제8조 보충규정에 따라 일본은 대만은 물론이고 류큐(琉球) 제도(현 일본의 오키나와)도 중국에 반환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미 정부가 시정권에 근거해 센카쿠를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미국이 오키나와 반환협정 당시 센카쿠 영유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은 것은 공산진영에 대한 방파제로 대만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옛 소련과 반목이 심해지고 있던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도 시야에 넣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어떤 때건 자국의 국익을 최대한 강구했고, 이 정책이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센카쿠 시정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