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실업률 38%… ‘맞춤형 취업사다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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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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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경쟁률 평균 65 대 1… ‘장기취업준비생’ 해결책은?



서울시내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30)는 3년 동안 토익시험만 23번을 봤다. 입사지원서를 낸 기업만 180여 개에 달하고 이 중 30개 회사의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다. 그는 “취업해서 신입사원으로 한창 뛰어야 할 힘을 모조리 취업공부에 쏟는 것 같아 지친다”고 말했다.

대학졸업자의 취업문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신규대졸자 실업률이 38.3%에 이른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인 이른바 ‘장수생’도 늘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할 시기를 놓치면 점점 더 노동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기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사다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대졸 취업문은 바늘구멍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국내 상장사 26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이 평균 65 대 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에서 55 대 1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취업문은 더 좁아졌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경제상황이 어두울 때 기업들은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졸 채용이 늘어나 대졸 신입 취업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회원사 310곳을 대상으로 고졸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21%가 고졸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고졸 채용문을 두드리는 대졸자도 적지 않다. CJ E&M이 올해 1월에 고졸 10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더니 지원자가 320명이나 몰렸다. 이 중 25%가 4년제 대학, 나머지 25%가 전문대학 졸업자였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커피전문점 브랜드 이디야 커피 관계자는 “4, 5년 전만 해도 가맹문의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고 젊은층은 매우 드물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신규 점포를 여는 사람 중 10%가량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시기인 20대 후반∼30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 장수생 위한 사다리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한 이모 씨(31)는 4년째 취업준비생이다. 첫해에는 대기업, 2년째부터는 중견기업 위주로 지원했지만 줄줄이 면접에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는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 씨는 “연애하고 결혼해서 남들처럼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장기 취업준비생을 그대로 방치하면 △부모의 경제적 부담 증가 △출산율 저하 △소외계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들의 취업준비가 대게 토익시험 공부 등이어서 기업이 원하는 직무교육과 거리가 먼 것도 문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업 맞춤형 직무교육을 장기 취업준비생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해 이들이 계층이동을 위한 사다리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대 후반보다 30대 초반의 고용률이 높은데, 이는 직업탐색 기간이 그만큼 길다는 뜻”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직업 중개기관을 늘리고, 실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수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년  
#대졸 실업률#입사 경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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