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전문로봇 휴보Q, 시속 40km 달려도 컵속 물 한방울 안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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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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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발로봇보다 신속 정확… 360도 회전도 자유자재

최동일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연구원(박사후 연구과정)이 ‘휴보Q’를 조종하고 있다. 휴보Q는 두발로봇 ‘휴보2’ 제작 기술을 응용해 만든 고속이동 로봇이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최동일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연구원(박사후 연구과정)이 ‘휴보Q’를 조종하고 있다. 휴보Q는 두발로봇 ‘휴보2’ 제작 기술을 응용해 만든 고속이동 로봇이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1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구성동 KAIST 캠퍼스 안에 있는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두 발로 걷는 국산 로봇인 휴보가 탄생한 곳이다. 휴보가 2004년 12월 걸음마에 성공하고, 2009년 11월 달리기에 성공한 데 이어 ‘씽씽 달린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연구실을 찾았다.

연구실 중앙에는 다리 대신에 바퀴를 단 로봇이 있었다. 두 다리를 성큼 벌리며 과거보다 빨리 뛰어다닐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바퀴를 달고 있었다. ‘퇴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연구팀은 발끈하면서 바퀴 달린 휴보 로봇의 전원을 켰다.

개발자인 최동일 연구원이 무선조종기를 들고 “자, 움직입니다”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바퀴 달린 로봇은 빠른 속도로 연구실 내부를 질주했다.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방향을 전환하는 바람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다.

○ 연구비 4억 투입… 저명 로봇학술지에 실려

휴보 아빠로 알려진 오준호 KAIST 교수는 바퀴 달린 로봇을 ‘휴보Q’라고 불렀다. 오 교수는 “그동안 휴보를 개발하면서 쌓아온 중심제어 기술을 응용한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완성품이 아니다.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는 데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일종의 플랫폼(기반기술) 로봇이다.

오 교수 연구팀은 휴보Q 개발을 위해 지난 3년간 약 4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개발자인 최 연구원은 휴보Q 개발성과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뿐 아니라 로봇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로보틱스’ 3월호에 논문을 실었다.

휴보Q는 머리 대신에 ‘쟁반’을 달았다. 쟁반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이곳저곳으로 배달하는 운송용 로봇이다. 최대 시속 40km가 넘는다. 운송수단을 제외하면 이런 속도를 내는 로봇은 찾기 어렵다.

“휴보Q 성능의 한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최 연구원은 갑자기 휴보Q를 거칠게 조종했다. ‘쌩’ 하고 소리를 내며 앞으로 질주하더니 갑자기 90도 각도로 좌회전을 했다. 속도는 거의 줄지 않았다. 휴보Q는 갑자기 멈추더니 제자리에서 360도 빙글빙글 도는 묘기를 부렸다. 타이어가 바닥에 끌리는 ‘끼익’ 하는 마찰음이 들려왔다. 자동차 경주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옆에서 보고 있던 오 교수는 “더 놀라운 기능을 보여 주겠다”며 물이 절반쯤 담긴 컵을 쟁반 위에 올려놨다. 최 연구원은 다시 휴보Q의 한쪽 바퀴가 땅에서 들릴 정도로 과격하게 조종했다. 하지만 로봇 위에 올려 둔 컵은 넘어지지 않았다. 안에 있던 물도 쏟아지지 않았다.

○ 중심제어-충격흡수 기술이 핵심

빠른 속도, 급회전, 급정거 등에도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은 두 발 로봇 휴보에 쓰였던 중심제어 기술 덕분이다. 오 교수팀은 ‘휴보2’가 두 발로 달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아랫배에 속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가속도 센서’를 넣었다. 휴보Q에도 이런 가속도 센서가 들어 있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면 원심력이 생기는데, 가속도 센서가 이를 감지해 쟁반의 각도를 조정해준다. 또 바퀴가 빠른 속도로 구를 때 발생하는 충격은 바퀴 위에 부드럽고 유연한 충격흡수 장치를 달아 해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휴보Q를 기반으로 연구용, 산업용, 생활형 로봇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당장이라도 휴보Q의 외양을 예쁘게 바꾸면 식당의 웨이터 로봇으로 쓸 수 있다. 공장 등에서는 부품을 빠른 속도로 옮기는 운송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 오 교수는 “휴보라고 하면 걷고 달리는 2족 보행 로봇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휴보는 다양한 기계제어 기술이 집적된 것”이라면서 “각각의 기술을 활용해 로봇뿐 아니라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이영혜 채널A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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