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변영주 감독 “우린 밤마다 ‘생짜’로 통화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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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7시 00분


영화 ‘화차’의 이선균(왼쪽)과 변영주 감독. 둘은 함께 작업하며 상당한 신뢰를 쌓은 듯 서로를 평가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영화 ‘화차’의 이선균(왼쪽)과 변영주 감독. 둘은 함께 작업하며 상당한 신뢰를 쌓은 듯 서로를 평가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영화 ‘화차’의 그 남자배우 이선균, 그 여자감독 변영주

이선균 “멜로·로맨틱코미디 배우로 낙인…한계 극복하고 싶다”
변영주 감독 “배우와 감독 모두가 불을 확 태운 기분”


‘화차’는 독특한 영화다.

원작이 일본 소설이지만 큰 틀을 제외한 이야기는 변영주 감독이 새로 썼다. 한국 영화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웠던 캐릭터의 향연이다. 8일에 개봉한 ‘화차’는 첫 주에 관객 68만5931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미스터리 장르의 초반 성적으로 고무적이다.

‘발레 교습소’ 이후 7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변영주(46) 감독은 ‘화차’에 대해 “배우와 감독 모두 불을 확 태운 기분”이라고 했다. 주인공 이선균(37)은 “찍는 내내 ‘왜’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 이선균 “일반시사 끝나고 무대인사 때 보면 감이 딱 와”

이선균: 일반 시사회가 끝나고 무대인사하며 위로와 기운을 받았다. 반응 보면 딱 감이 오니까. 재미없으면 굳이 5분, 10분 더 앉아서 배우 얼굴 보려고 안한다.

변영주: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은 이선균(문호 역)을 다르게 보지 않을까. 문호를 이해하면 어느 순간 울컥한다.

이선균: 문호는 비밀을 캐내지 않고 정보를 듣는 입장인데 그가 처한 상황,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나라면 어떨까, 궁금증이 있었다.

변영주: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대개 찌질해 관객을 웃기거나 침잠된 캐릭터다. 문호는 둘 다 아니다. 중산층 막내아들 같은 그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선균이와 나는 밤마다 통화했다. 하하.

이선균: 자주 묻는 편인데 그걸 싫어하는 감독님도 있다. (감독을 향해)다른 배우들도 전화하지 않아요?

변영주: 아니. 너만 전화해. 하하. 너무 ‘생짜’로 대화하니까 오히려 신선하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면 이선균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물어왔다.

이선균: 두서없이 막 이야기하니까. 통화가 끝나면 한 70%만 얘기한 기분이라 자꾸 한다.

변영주: 선균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궁금증이 있으면 그 의문이 풀릴 때까지 적극적으로 대화한다. 어떤 의견에 맞서는 게 아니라 좋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묻는다.

이선균: 저…, 촬영장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배우 아니에요. 하하.
● 변영주 “아무도 이 영화의 제작비를 눈치 못 채게….”

‘화차’의 이야기가 끝나는 중요한 공간은 용산역이다. 유동 인구가 많아 좀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 이 곳을 “적은 제작비”의 ‘화차’가 고집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변영주: 아 용산역 장면. 할 얘기 많다. 우리 영화는 반전이 많지 않아. 그래서 결연한 의지로 클라이맥스 장면 촬영지로 용산역을 택했다.

이선균: 출퇴근 시간에 용산역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데 와…, 가장 중요한 장면을 찍는 데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변영주: 제작비가 줄면서 시나리오를 손보기 시작했다. ‘이 돈으로 찍어도 없어 보이지 않아야 해’가 가장 중요했다. 일단 비 오는 장면 다 걷어냈다. 없애고 싶지 않은 게 용산 장면이었다. 무대가 커야했고, 주차장에서 보이는 ‘용산‘이란 지명과 그 공간이 주는 비극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변영주: 사실 우리 영화의 모든 일정은 기자재의 스케줄에 맞춰졌다. 하하.

이선균: 촬영 일정을 갑자기 바꾸어서 물었더니, 감독님이 내 손을 잡고 촬영 장비들을 가리키면서 ‘저 기계는 하루에 145만원, 저 기계는 65만원이야’ 얘기했다.

변영주: 그래. 아무도 이 영화가 16억 원으로 만들어진 걸 눈치 채면 안돼.

이선균: 한 번은 (김)민희가 일정을 잘못 듣고 8시간 전에 현장에 왔다. ‘이제 와서 화내면 우리만 바보된다’고 민희를 말렸다. 잊지 못할 현장이다.

변영주: 나에게 있어서 이선균은 순둥이야.
● 변영주에게, 그리고 이선균에게 ‘당신은?’

흥행 여부를 떠나 함께 작업한 사람들끼리 신뢰를 쌓은 건 ‘화차’가 이들에게 준 행운이 아닐까. 두 사람에게 서로의 의미를 물었다.

변영주: 막 칭찬하면 댓글 늘어나니까. 이선균은 감정의 그래프가 그려지는 배우다. 격한 감정이나 담담한 감정 한 쪽으로 가는 게 다는 아니다. 그 감정을 연결시키는 순간이 분명하다. 이선균의 강점이다.

이선균: 변영주 감독님은 선장같다. 감이 굉장히 빠르다. 확신을 갖고 현장을 끌고 간다.

변영주: 관객들이 자꾸 이선균에게 트집을 잡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건 이 영화에서 그가 물어야 할 게임값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균: 올해는 내게 중요하다. 아직 멜로, 로맨틱코미디 배우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건 드라마 영향이기도 하다. 내가 더 깊어지지 않으면 한계가 올 것 같은 느낌이다. 확장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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