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착공 이후]군항도 美港이 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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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하와이-요코스카 해군기지 관광지로 인기

제주해군기지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을 표방하고 있다. 과연 군항(軍港)이 미항(美港)이 될 수 있을까.

2007년 제주도의회 군사특별위원회와 강정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는 세계 유명 해군기지를 방문해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찰한 바 있다.

호주 시드니 해군기지는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항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해군기지 인근 200m 지역 마리나 부두를 중심으로 호텔, 공원, 퇴역 함정 및 잠수함이 배치된 해양박물관 단지를 조성해 연평균 약 1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시찰위원들은 제주도 해안 지형이 시드니 항 해안절벽 지형과 흡사해 관광산업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드니 항은 해군기지가 먼저 건설된 뒤 항만 및 관광지가 발전했기 때문에 이미 세계적 관광지로 조성된 제주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싱가포르의 창이 항 해군기지는 기지 유치로 국내외 투자를 받은 사례다. 바다를 메워 건설한 기지 내에 16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녹지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이 항 해군기지는 도시 중심으로부터 먼 거리(4km)에 위치하며 투자가 지역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샌디에이고 해군기지는 막대한 고용 창출 효과로 유명하다. 지역 경제활동의 13.68%를 차지하며 총 14만2530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역 내 고용집단 규모 2위다. 퇴역 함정을 이용한 미드웨이박물관은 샌디에이고 유명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2006년 실시된 군사기지 이전 주민투표 결과 3분의 2가 이전을 반대했다. 해군기지 관련 산업이 철수할 경우 지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하와이 해군기지는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하와이는 입항하는 모든 군함에 대해 국적에 상관없이 오일펜스를 설치해 혹시 모를 연료 누출에 대비할 정도로 청정바다 보호에 적극적이다. 또 군용차량 운행을 최대한 자제하며 외출하는 군인들에게 전원 사복을 착용하도록 해 관광지 이미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노력한다.

미 해군 7함대의 모항으로 이용되는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미일 합동 해군기지는 군사보호구역 제한이 거의 없다. 도시 곳곳에서 함정과 잠수함을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몰린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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