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정오의 충격’에 한때 술렁였지만 생필품 사재기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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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충격’에 한때 술렁였지만 생필품 사재기는 없었다
시민들 1994년 김일성 사망 때보다 차분

김정일 사망 소식에 쏠린 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후 서울역 맞이방. 시민들이 TV 뉴스 속보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정일 사망 소식에 쏠린 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오후 서울역 맞이방. 시민들이 TV 뉴스 속보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정오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술렁였지만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보다 크게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사재기도 없었다. 시민들은 우려와 동시에 기대를 표시했다. 일부 시민은 남북 충돌 내지 관계 경색을 우려했지만 일부에선 “평화 모드가 시작될 수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 우려와 기대 교차

서울역 대합실은 놀란 시민으로 술렁였다. 역사 1층에 설치된 TV 6대 앞에는 많게는 수백 명씩 몰렸다. 대부분의 시민은 “김정일이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줄 몰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에서 TV를 지켜보던 한 40대 남성은 “북한 내에서 내부 권력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북한 내부 권력 간 충돌이 남북 갈등 상황을 몰고올 수도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적지 않았다. 강원 홍천군에 사는 강창석 씨(62)는 “북한 내 최고 강경세력인 김정일이 죽었으니 남북 간 평화 모드가 시작될 수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 김일성 사망 때보다 차분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7월과 비교하면 김정일의 사망 소식은 비교적 빠르고 차분하게 퍼졌다. 1994년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뉴스 특보 외에 정보 전달 창구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전달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루머가 확산되지 않은 것.

이날 정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김정일 사망’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트위터 등 SNS도 이 소식으로 도배됐다. 특히 사망 사실이 공식 발표되기 전인 오전 11시부터 트위터에는 ‘북한이 예고한 특별방송은 김정일 사망 소식일 것’이라는 예언성 글들이 올라왔다. 한 트위터리안은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는 길거리에서 만세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캐럴만 들린다”고 했다.

사재기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마트 측은 “전국 매장 중 어느 곳에서도 사재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소장은 “1994년보다 남북한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자신감이 생겨 전쟁에 대한 불안감도 크지 않고 탈북자를 통해 북한 내부 사정이 상세히 알려져 불안감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접경지역도 큰 동요 없어

접경지역도 비교적 차분한 표정이었다. 다만 위험지역 활동이 제한되고 일부 행사가 취소되는 등 긴장감은 돌았다. 비무장지대(DMZ)에 자리한 최북단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마을에는 이날 오후 관할 군부대로부터 휴전선 근처에서의 농사 등 모든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전해졌다. 또 야외행사도 가급적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그 바람에 20일 마을 교회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성탄절 행사가 취소됐다.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주민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주민 박성현 씨(78)는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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