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주영…답답한 가슴 뻥 뚫어줬다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2일 07시 00분


영광의 상처. 공중볼을 다투다 머리에 부상을 당한 박주영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UAE 스태프가 위로하고 있다. 수원|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영광의 상처. 공중볼을 다투다 머리에 부상을 당한 박주영이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UAE 스태프가 위로하고 있다. 수원|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UAE전 후반 6분 서정진 도움으로 선제골 터트려
생애 첫 A매치 3경기연속 골…‘중동킬러’ 재확인
후반 30분 공중볼 다투다 머리 부상…7바늘 꿰매


답답했던 흐름이 이어지던 후반 6분.

간절히 기다려온 한 방이 터졌다. 0-0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린 이는 역시 조광래호의 ‘캡틴’ 박주영(26·아스널)이었다.

아쉬운 시간이 절반이 넘게 흘렀지만 탄탄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밀집수비는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두드리던 효과가 킥오프 50분이 넘어서자 나왔다.

중원 한복판에서 서정진(전북)이 찔러준 패스가 UAE 수비수의 발을 맞고 뒤로 흐르자 박주영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단독 찬스를 맞이했다. 템포를 조절하면서 상대 골키퍼 마제드 나세르의 몸동작을 끝까지 살핀 뒤 침착하게 슛을 날려 골 망을 흔들었다. ‘원샷원킬’의 진면모가 제대로 발휘된 순간.

그토록 고대했던 첫 골이 터지자 수원월드컵경기장 스탠드를 메운 2만8000여 붉은악마는 일제히 “대∼한민국” 함성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사실 박주영은 나흘 전(7일) 폴란드 평가전에서도 골 맛을 봤다. 하지만 대표팀이 교체카드 7장을 사용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공인 기준을 넘겨 2골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았다. 특유의 무덤덤한 말투로 “폴란드전에서 (득점을 인정받지 못했어도) 아쉬울 건 없다. UAE전에서 또 득점하면 된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생애 첫 A매치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56경기 출전에 22득점. 지난 달 레바논(3골), 쿠웨이트(1골)에 이어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연속 골 세리머니였다. 중동 킬러로서 위용도 재확인했다.

이로써 박주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 아스널로 돌아가기 전, 물오른 골 감각을 선보이며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아르센 웽거 감독에게 떳떳하게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박주영은 스리 톱을 이룬 지동원(선덜랜드)-서정진과 부지런히 전방을 누비면서 기회를 엿보았고, 틈틈이 슛 찬스를 노리며 분위기를 진두지휘했다. 침체될 뻔한 흐름을 귀한 선취 골로 가져온 박주영의 활약 속에 조광래호는 금세 추가 골을 성공시키며 기분 좋은 예선 3번째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후반 30분경, 공중 볼을 따내다 팀 동료 최효진(상주 상무)와 부딪혀 왼쪽 귀 윗 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후반 35분 이동국(전북)과 교체된 박주영은 라커룸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수원 시내 병원으로 이동해 7바늘을 꿰매야 했다. 영광의 상처인 셈이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