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경제

휴대전화 정찰제 되겠어요? 해보니 되네!… KT ‘페어프라이스’ 제도 실험 두달

입력 2011-09-07 03:00업데이트 2011-09-07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게 되겠어요?”

7월 KT가 페어프라이스(공정가격표시) 제도를 시작하자 경쟁사 직원들은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그 뒤 두 달이 지났다. KT 측은 “조금씩 되는 모습이 보인다”고 자평한다.

페어프라이스란 일종의 휴대전화 가격 정찰제다. 지금까지 휴대전화는 발품을 파는 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상품이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인 ‘판매장려금’ 때문이다. 대리점 직원들은 통신사로부터 자신이 가입시킨 소비자의 통신요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들은 제조업체가 주는 리베이트는 사실상 포기한 채 휴대전화 가격을 깎아주는 데 썼던 것이다.

이런 리베이트로 인한 할인이 늘어나면 일부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보다 싼값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휴대전화 가격이 오르게 된다. 리베이트가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 인기 모델에만 적용

이런 상황에서 KT가 새로운 실험을 벌였다. 본사에서 휴대전화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한 뒤 모든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에 팔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렇게 가격 정찰제가 이뤄지면 소비자는 어느 가게를 가도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쓸데없이 발품을 팔 필요가 없어진다. 제조업체도 리베이트를 줘서 제품을 팔 필요가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 가격 인하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적어도 KT가 밝힌 이론은 그랬다.

6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종로구와 용산구의 휴대전화 상가 밀집지역을 방문했다. 종로의 한 KT 대리점에 들어서자 ‘9월 페어프라이스 안내표’라는 전단이 눈에 들어왔다. 전단에는 최신 휴대전화의 판매가격이 적혀 있었다. 이 매장 직원은 “여기 적힌 가격 아래로 할인해주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영업하는 처지에서 보면 이윤을 줄여가면서 무리하게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 속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제도 초기라 불만도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비자 김모 씨는 “인터넷에서 갤럭시S2는 기기 값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봤는데 막상 대리점에 나오니 2년 약정에 24만 원을 내라고 한다”며 불만이었다. 인근의 다른 KT 대리점에서는 “오늘만 우리 대리점이 유치한 가입자 가운데 5명이 보조금을 많이 주는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 때문에 KT 제품을 다루면서도 기기를 정가보다 싸게 파는 대리점이 간간이 있었다. 한 매장에서는 “최신 인기 모델은 페어프라이스 정책을 따라도 잘 팔리기 때문에 본사 방침을 지킨다”면서 “하지만 비인기 휴대전화는 공짜폰으로 팔아야 가입자를 모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할인을 해준다”고 말했다.

○ 대리점 61% “고객 신뢰에 도움”

아직 초기라 일부에서 불만은 있었지만 KT의 실험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전국 KT 대리점 10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페어프라이스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어프라이스 시행이 ‘판매에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약 58%였다. ‘고객 신뢰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도 61%였다. 또 대리점 쪽에서는 상담시간이 줄어들어 간접적인 비용절감 효과도 거뒀다. 한국갤럽은 “조사 대상 대리점의 고객 1인당 평균 상담시간이 약 2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KT 개인고객부문 나석균 본부장은 “페어프라이스가 불투명한 휴대전화 가격구조에 대한 고객 인식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실질적으로 기기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 페어프라이스(Fair price·공정가격표시) 제도 ::

KT의 휴대전화 가격 정찰제. 본사에서 가격을 일률적으로 정한 뒤 모든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