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노트북 혁명” 호언… “지금까지의 컴퓨터는 틀렸다”

동아일보 입력 2011-05-13 03:00수정 2011-09-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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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가 술렁였다. 맨발에 플라스틱 샌들만 걸친 채로 ‘그’가 나타났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었다. 그의 재산은 약 198억 달러(약 21조4800억 원).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함께 세계 24위의 재력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105위에 불과하다.

구글 직원들은 “브린은 회사에서 화장실과 식당에 들어갈 때만 빼고는 늘 맨발로 지낸다”고 귀띔했다. 이날은 기자회견장에 오느라 샌들이라도 신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모두가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되묻던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가 현실이 됐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그 컴퓨터는 ‘크롬북’으로 불렸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I/O’ 행사 둘째 날의 주제는 ‘크롬’이었다. 구글이 만들어 오던 운영체제(OS)와 웹브라우저의 이름인데, 구글은 이를 이용해 노트북을 만들었다. 그게 크롬북이다. 제조는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에이서가 맡았다. 다음 달 15일부터 미국 영국 등 세계 7개국에서 팔린다. 한국 판매는 그 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브린은 “마이크로소프트(MS)나 다른 OS 회사들은 오늘날의 컴퓨터를 예전 컴퓨터보다 더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우리 모두를 괴롭힌다”며 “크롬은 소비자와 기업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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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호언대로 크롬북은 기존 노트북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선 부팅 속도가 빨라 전원 버튼을 누른 뒤 8초만 지나면 쓸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기존 윈도 노트북은 1분도 넘게 걸린다. 사용자가 직접 ‘장치 드라이버’를 설치한다거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복잡한 일을 할 필요도 없다. 크롬북이 인터넷에 연결됐을 때 구글 서버가 알아서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판매 방식도 크게 다르다. 크롬북의 일반 소비자 가격은 349∼499달러이지만 주력 시장은 소비자가 아닌 기업 고객이다. 크롬팀을 이끄는 구글의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사용자 1인당 월 28달러를 내면 구글이 소프트웨어 설치와 애프터서비스, 최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물론이고 새 노트북 교체 비용, 노트북의 인터넷 통신비용까지 부담한다”고 말했다. 기업 전산담당자의 업무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구글은 통상 기업 직원 1명이 컴퓨터를 쓰기 위해 연간 3000달러 정도를 쓰는데, 이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기업으로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구글은 미국과 유럽 통신사와 제휴해 크롬북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SAP, 시트릭스, VM웨어 등 기업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크롬북에서 작동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했다. 삼성전자, 에이서, 인텔 등은 하드웨어 유지보수 및 신제품 공급을 맡는다. 구글은 사실상 마진을 남기지 않고 이런 제휴회사에 기업 고객의 월 사용료를 나눠줄 계획이다. 구글은 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 광고 매출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날 행사에선 “이건 무조건 구글만 믿고 따라오라는 소리”라며 “구글이 세계인의 정보를 모으는 ‘빅 브러더’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크롬북은 하드디스크 대신 인터넷에 파일을 저장하는데 이 경우 개인의 주요 정보가 고스란히 구글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차이 부사장은 “구글을 믿지 못하는 이들을 감안해 MS의 검색, 야후의 e메일, 드롭박스의 저장공간을 사용해도 되게 만들었다”며 “구글은 크롬의 프로그램 한 줄까지 모두 뜯어볼 수 있도록 제품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크롬북이 보편화되면 MS의 윈도 OS와 MS오피스는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브린은 “구글 직원 가운데 MS 윈도 컴퓨터를 쓰는 직원은 20%도 되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크롬북 때문에 이 수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PC가 등장한 후 30년 동안 변함없던 컴퓨터 시장이 처음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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