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권’ 긴급 릴레이 인터뷰]<2>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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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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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직후보다 심각한 위기… 새 세력들이 변화 주도해야”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소장파는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지만 성과를 내기보다는 말로 그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는 소장파의 목소리에 어느 때보다 힘이 붙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원조격인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사진)의 이름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망설이던 그를 지난달 29일 국회 외통위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는 1일 기자의 휴대전화 메시지로 추가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본 21 등 ‘후배 소장파’들이 당정청 전면쇄신을 주장하며 들고일어날 기세다. 지금 당이 어떤 상황이라고 보나.

“당정청 쇄신이야 이전 정부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필수 아이템’이다. 당연히 해내야 할 기본 숙제다. 더 엄중한 것은 국민의 요구와 밑바닥 정서를 정권과 당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게 뭔가.

“국민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가치’를 점점 더 싫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하는 정권’을 표방한 정부 여당을 지지했지만 대운하 논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논란 등을 거치며 국민에게 인식된 여권의 가치는 ‘불통(不通)’ ‘성과 우선’ ‘통제’ ‘불신’ 이런 것들이다.”

―소통 부재의 문제는 이미 다 아는 것이고 문제는 방법론 아닌가. 한나라당 소장파는 10년 전부터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약했다는 중평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소장파든 노장파든 의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충격과 긴장이 이전과 차이가 크다. 이번 위기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보다 더 강력하다. 탄핵 후폭풍은 의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재·보선 패배는 밑바닥 민심이 보수 정권으로부터 이반하면서 발생한 거대한 ‘정치적 조류’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그 민심의 흐름을 어떻게 돌려세우겠다는 말인가.

“우선 한나라당이 유권자를 설득할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책과 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 소통 화합 평화 자유 등 이명박 정부에서 부족했던 진정한 보수의 가치 말이다. 이런 작업 없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 이번 분당을 보궐선거처럼 공멸할 것이다. ‘분당이 한나라당을 살려 달라’는 식의 선거 캠페인은 이미 이반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자해행위에 가까웠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에 공감하는 당 내외 정치세력을 모아야 한다.”

―남 위원장이 그렇게 규합된 세력을 이끌려고 하나.

“개인적으로는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만큼 아직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6월 말, 또는 7월 초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들이 후보를 내 한나라당의 변화를 주도하거나 그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당이 사분오열 중인데 또 다른 계파가 생기는 것 아닌가.

“건강한 의견이 공존하는 것과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여 각자도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시간도 별로 없는데, 다시 말로 그치면 소장파는 어떻게 되나.

“이번 재·보선 패배는 국민이 한나라당에 준 마지막 갱생의 기회다. 국민께 울림을 주는 퍼포먼스로 승부해야 한다. 이를 살리지 못한다면 한나라당도, 소장파도, 정치인 남경필도 비전이 없게 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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