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폐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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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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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냉각 → 핵연료 제거 → 구조물 해체 10년이상 걸릴듯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6기 가운데 5호기가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냉각장치를 가동함으로써 이제 원전 사태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펌프 작동은 냉각수가 지속적으로 공급돼 사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3호기와 2호기에서는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기 힘든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안정되면 6기의 원자로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도쿄전력이 밝히면서 향후 원자로 폐쇄 절차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신중한 전력 공급 작업

5호기에 외부로부터 전력 공급이 재개돼 원자로의 본격적인 냉각이 시작됐다. 5호기는 21일 오전 11시 36분경 비상용 전원에서 외부 전원으로 대체됐고 오후 1시경 펌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의 냉각시스템이 외부 전력으로 바뀐 것은 1∼6호기 중 처음이다. 5호기와 인접한 6호기도 외부 전력 송전을 위한 케이블 설치가 끝나 이르면 23일부터 전력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5호기와 6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온도는 각각 42.2도와 35도로 정상 수준인 30도에 다가섰다.

도쿄전력은 이날 2호기에 대한 외부 전력 공급을 일부 재개한 후 센서와 전자장치를 점검했다. 갑자기 고압의 전기가 흐르면 누전이나 화재의 우려가 있어 전기를 조금씩 흘려보내면서 사전 점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해일(쓰나미)과 폭발로 인한 내부 손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전력으로 각종 전자장치가 작동할 수 있으면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의 냉각기능 회복이 가능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전력 공급이 힘든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누전 우려 때문에 교환해야 할 전기계통 장치가 많아 이를 전부 교체하는 데는 적어도 2, 3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도쿄전력은 이날 5호기에 대해서도 외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초 작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전력 공급이 재개된 2호기는 오후 6시 20분경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가 발생해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다.

3호기와 4호기는 살수 작업이 계속됐다. 도쿄소방청은 20일 오후 9시 반부터 21일 오전 4시까지 6시간 반에 걸쳐 물 1170t을 퍼부었다. 또 자위대도 전날에 이어 4호기에 물을 뿌렸다. 도쿄전력은 방사선량이 많은 데다 살수 작업에 지장을 주는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해 육상자위대 74식 전차 2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전차는 불도저처럼 땅을 고르는 철판이 달려 있는 데다 철판이 두꺼워 방사선량이 강한 곳에서도 전천후 작업이 가능하다.

전날 원자로 내 압력이 급상승해 증기 배출 작업까지 고려했던 3호기는 이날 오후 3시 55분경 원인을 알 수 없는 회색 연기가 원자로 건물 옥상에서 피어올라 모든 복구 작업을 중지하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 원자로 해체는 10년 이상 걸릴 듯


후쿠시마 제1원전은 상황이 수습되면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체르노빌보다 스리마일 섬 폐쇄 방식이 유력하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 누출량이 많아 폐쇄까지 10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그 이상이 될 거라고 분석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보다 규모가 작았던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2호기 사고 수습에 14년 정도가 걸렸기 때문이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제무성 교수는 “원전 정화 및 해체 작업에 최소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979년 3월 스리마일 섬 노심용융 사고 당시 2호 원자로를 냉각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그 후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차단하며 사용후핵연료와 용융된 노심을 빼내는 데 다시 5년, 방사성 물질이 녹은 액체 폐기물이나 오염된 구조물 등을 해체하는 데 4년 정도가 더 소요됐다. 폐기물은 미국 아이다호에 있는 처분장으로 옮겨졌으며 1993년 8월에야 모든 상황이 종료돼 시설 감시에 들어갔다.

원자로를 식힌 후에는 노심과 핵연료를 먼저 빼내야 한다. 또 방사선을 강하게 내뿜는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하고 나면 격납용기나 건물 등 시설물의 표면을 천이나 종이로 닦아내는 제염(除染) 작업이 시작된다. 방사성 물질이 묻은 천과 해체된 콘크리트 조각,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액체 폐기물은 중저준위 폐기물이 돼 핵폐기물 드럼통에 밀폐한 뒤 폐기물처리장으로 옮긴다.

일부 전문가는 붕산과 모래, 콘크리트를 한꺼번에 부어 당장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열이 남아 있는 원자로에 콘크리트를 부으면 폭발 위험이 높아진다. 콘크리트나 모래 같은 무거운 물질이 고공에서 투하되면 충격으로 방사성 물질을 억제하고 있는 격납시설이 손상되면서 방사성 물질의 또 다른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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