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 최악 시나리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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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녹아 증기폭발 일어나면 ‘재앙’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연쇄 폭발 사태는 아직은 인접 국가에 영향을 끼칠 수준의 위험은 초래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이나 증기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격납용기 손상 상태에서 노심용융


2호기는 현재 격납용기에 있는 ‘압력억제실’에서 폭발이 일어나 균열이 간 상태다. 이 상태에서 용융된 핵연료가 원자로 밖으로 녹아내리면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공기 중에 누출된다. 격납용기는 격납건물과 압력용기인 원자로 사이에 있는 강철 구조물이다.

○ 용융물과 물이 만나면 증기 폭발


전문가들은 노심용융물이 원자로를 녹이고 격납용기 바닥으로 흘러나온다면 최악의 경우 증기폭발과 함께 대규모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는 핵연료가 용암처럼 녹아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가기 직전까지 갔었다.

고온의 노심용융물은 물을 만나면 증기폭발을 일으킨다. 격납건물 바닥에 수분이 있거나 노심용융물이 격납용기와 2m 두께의 격납건물 바닥 콘크리트까지 뚫고 지하수와 만나면 대규모 증기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건물 일부를 붕괴시킨 수소폭발보다 증기폭발의 강도가 더 셀 것이라고 예상한다. 용융물이 흘러내리면서 수소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도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수소폭발의 우려도 커진다. 실제로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역시 증기폭발과 수소폭발이 연달아 일어나 피해가 컸다.

○ 원자로 내부 증기폭발


노심용융물이 물과 만나면 원자로 내부에서 증기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주입하고 있다. 노심이 완전히 녹으면 바닷물과 반응해 내부에서 증기폭발이 일어난다. 바닷물이 고온의 노심용융물과 만나면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원자로 내부 압력이 커지는데 12기압 이상으로 올라가면 원자로 압력용기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원자로는 상부가 더 약한 구조이기 때문에 압력용기가 붕괴되면 뚜껑이 열리듯 튀어나가 바깥에 있는 격납용기를 타격해 깨뜨린다. 이렇게 되면 건물까지 파괴되는 증기폭발이 일어난다. 대기 중으로 방출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 된다. 해류를 타고 넓은 바다를 오염시켜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제무성 교수는 “증기폭발 가능성은 1%도 안 될 정도로 낮다”면서도 “만약 후쿠시마 원전에서 증기폭발이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압의 폭발 압력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류권 상부까지 올라가면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나라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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