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하야]무바라크 사퇴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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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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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파워-군부 압력에 ‘안전지대’로 피신… 결국 백기

10일 국민들의 사임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마침내 사퇴했다. 갈수록 격화되는 시위와 군부 및 국제사회의 압력에 결국 굴복한 것이다. 그가 사퇴직전 휴양도시로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때는 경호가 용이한 곳으로 피신하는 동시에 대통령직은 유지하면서도 현실 정치에선 손을 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그는 시위대에 의한 강제체포 등의 위험이 적은 휴양지에서 사퇴를 발표함으로써 신변안전을 도모하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휴양지까지 그를 따라간 사미 에난 육군참모총장이 막판에 그를 설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물 대통령’ 자리 포기

사실 그의 희망은 9월 대선까지 명목상 대통령으로만 남고 실질적인 권력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모두 이양하는 것이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0일 의회 및 내각 해산, 헌법 수정 등 정치개혁을 위해 필요한 권한을 제외하고, 군 통수권을 포함한 대통령으로서의 권력 대부분을 부통령에게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유화책으로는 시위대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최측근으로 분류돼 이미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결국 그는 상대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군부에 실권을 이양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실제 이날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 성명 발표 전부터 “군에 모든 실권을 내준다”는 합의가 양자 간에 이뤄졌다는 설이 나돌았다.

○ 사실상 군부 과도기 통치 시대

앞으로 9월 대선까지 이어질 군부의 사실상 이집트 통치의 관건은 시위대의 반응에 달려있다. 이집트 국민들은 1950년대부터 이어진 군사정부에 대해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어 무바라크 사임의 감격이 사그라들 경우 시위의 공세가 군부를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군부 쿠데타 가능성이 급속히 퍼지자 카이로에 모인 시위대는 “우리는 군사정권이 아닌 민간정권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물론 이집트 군은 대부분 징병으로 구성돼 있고 오랜 기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왔으며 이번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도 시위대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완전한 민주주의 성취와 인권, 언론자유 쟁취 등을 꿈꾸는 시위대 핵심 청년세력들이 군부 통치의 연장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시위대는 특히 30년간 독재를 하면서 폭정과 부패를 저지른 무바라크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그는 재임 중 수천 명의 국민을 혐의 없이 구금하거나 고문해 왔고 부정축재로 쌓아올린 일가의 재산도 7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설득하면서 신변 안전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커 이 대목에서도 시위대와 군부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 무바라크가 간 곳은 ▼
겨울관저 있는 샤름 엘셰이크… 경호 쉬워 자주 이용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피신한 것으로 알려진 샤름 엘셰이크는 그의 겨울 관저가 있는 곳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도피·망명설은 이집트 사태가 처음 발발한 지난달 말부터 여러 차례 나왔지만 집권당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시나이 반도 남단에 있는 샤름 엘셰이크는 카이로에서 차로 7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유럽 등지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을 초청하는 국제회의도 자주 열려 경호나 안전에서도 세계 최상급 장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동 지역 등과 관련한 각종 평화회의가 이곳에서 자주 열려 ‘평화의 도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2005년 7월에는 이곳에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테러 사건이 일어나 8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첫 번째 도피 장소로 이곳을 택한 것은 그래도 여전히 이집트 내에서는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카이로를 떠났다는 보도는 10일부터 아랍권 언론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해 다음 날 서방언론 전체로 확대됐다. 10일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집트를 떠났으며 이날 국영TV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도 사전녹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아랍권 TV채널인 알아라비야는 다음 날인 11일 “무바라크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카이로 외곽에 있는 공군기지를 출발해 샤름 엘셰이크로 갔으며 이들이 도착한 것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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