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올림픽-월드컵 개최지 타깃 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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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테러 비상 걸린 러시아

《24일 발생한 공항테러 사건으로 러시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과 2018년 월드컵을 앞두고 수많은 외국인이 오가는 주요 관문이 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받은 타격은 더욱 크다. 허술한 보안 문제는 물론 테러 동기로 추정되는 북캅카스 지역의 독립을 둘러싼 분쟁까지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 ‘러시아가 벗지 못하는 테러의 멍에’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확정짓는 공식 서류에 최종 서명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사건 다음 날인 25일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하려던 시점이기도 하다. 그는 다보스 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뉴욕타임스는 “민감한 시기에 터진 이번 사건이 국제도시라는 모스크바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줬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로 벌써부터 소치 겨울올림픽과 월드컵이 열리는 칼리닌그라드나 우랄 지역 도시의 공공장소가 향후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경찰과 정보 당국은 이번 테러가 북캅카스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서남쪽에 자리 잡은 북캅카스는 체첸과 다게스탄, 잉구셰티야 공화국 등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요구해 온 자치공화국의 분리주의자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무장 분리주의자들은 최근 모스크바의 주요 공공기관 같은 러시아의 심장부로 공격 타깃을 옮기고 있으며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대응책은 미흡하다. 테러가 발생한 도모데도보 공항은 2004년에도 비행기를 폭파한 테러리스트들에게 뚫린 적이 있다. 더구나 정보 당국이 사전에 이번 테러를 모의하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날선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 푸틴에게 던져진 ‘북캅카스 딜레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5일 “나는 이 범죄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보복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푸틴 총리의 정치미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체첸의 독립 시도에 대한 무력진압을 주도했던 그는 이 지역 분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진압과 치안 확보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북캅카스 지역에 대규모 투자와 경제개발을 통한 민심 달래기를 시도했다. 올해만 13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테러사건은 그의 ‘당근’ 정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준 것이다.

푸틴 총리가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테러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푸틴 총리가 사건의 희생양을 찾아내고 강경 무력 진압하는 과거식 대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만 이제는 그 어느 쪽으로도 러시아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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