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그런거 野]대기업구단 ‘짠돌이 야구’는 괜찮고 엔씨소프트는 회사 작아 걱정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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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합의도 쉽지 않았어요.”

지난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사회를 열어 9번째 구단에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나 창원을 연고로 창단을 선언한 엔씨소프트는 9구단으로 승인하지도, 우선 협상자로 지정하지도 않았다. 이사회를 지켜본 KBO 관계자는 “롯데의 반대가 심해 다른 구단도 새 구단 창단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이 밝힌 롯데의 반대 이유를 요약하면 이렇다. 대기업이 아니면 위기를 맞았을 때 현대처럼 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가만, 현대가 야구단을 만들 때 중소기업이었던가?

현재 넥센을 제외한 7개 구단은 대기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재계 서열 1∼5위인 삼성, 현대자동차(KIA), SK, LG, 롯데가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두산과 한화도 서열 12, 13위의 대기업이다.

엔씨소프트의 2009년 매출은 6347억 원, 영업 이익은 2338억 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이 154조 원 정도이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출이나 이익이 많다고 그게 야구단과 큰 상관이 있을까. 매 시즌 팬들로부터 ‘짠돌이’ 얘기를 듣는 구단이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어차피 연간 150억∼200억 원 정도만 마련하면 구단은 꾸릴 수 있다. 획기적인 마케팅과 관중 동원이 동반되면 그 액수는 훨씬 준다.

엔씨소프트는 재무 상태가 아주 건전한 기업 중 하나다. 직원들의 복지 수준도 대기업 못지않다. 무엇보다 야구에 관심이 큰 김택진 사장이 구단주로서 직접 야구단을 챙길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천재로 통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사업에 성공해 국내에 15명뿐인 ‘보유 주식 1조 원 클럽’에 가입한 그가 열의만 갖고 창단을 선언했을까. 김 사장은 이사회 결정 후에도 “진정성과 열정, 그리고 기존 구단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창단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공허한 수사는 아닌 듯하다.

그날 이사회에서 나온 말 중 하나는 “야구단은 아무나 할 수 없다”였다. 아무리 봐도 엔씨소프트가 ‘아무나’는 아닌 것 같다.

이승건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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