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대책 개선안… ‘평화-불법-폭력’ 구분해 차별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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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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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마련하고 있는 집회시위 관리대책 개선안의 핵심은 집회 성격에 따라 대응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평화적 집회에 대해선 기동부대를 배치하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집회시위를 보장해주는 반면 폭력집회에는 시위대의 불법행위보다 한 단계 높은 물리력을 행사하겠다는 게 경찰의 복안이다. 시위대나 국민이 경찰력 배치 유무와 경찰 복장, 동원된 시위진압 장비만 보고도 집회의 성격과 위험성 유무를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 집회 보장하되 폭력시위는 엄단

경찰은 우선 합법집회를 소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넘어 합법집회가 되도록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할 방침이다. 경찰이 집회 신고 단계부터 주최 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합법집회를 열도록 유도하는 등 ‘합법 촉진활동’을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주최 측이 폭력집회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집회를 금지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헌법에 규정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등 주최 측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집회 신청이 들어오는 ‘복수 신고’의 경우에도 집회 내용이나 목적이 서로 방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허용하기로 했다.

집회가 열리면 무조건 경찰 기동대를 출동시키는 기존의 대응 방식도 개선한다. 이에 따라 폭력집회를 제외하고는 경찰 기동부대를 배치하지 않고 노사분규 등 사적 영역에 대해선 사측이 자체적으로 시설 대비책을 마련토록 하기로 했다.

경찰은 폭력 집회 때 동원하는 물리력의 사용 기준과 장비사용 매뉴얼도 정비해 ‘절제된 공권력’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도주하는 시위대를 무리하게 추격하는 등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대신 시위대의 불법행위 정도에 비례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물리력을 사용해 안전하고도 효과적으로 시위대를 제압하겠다는 것. 예를 들어 시위대가 해산에 불응할 때엔 체포술 등 신체적 강제력을 사용하고, 집단 도로점거나 몸싸움을 벌일 때엔 최루액이나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와의 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 시범실시 긍정적 효과

집회시위 관리 개선안은 폭력시위 감소와 평화적인 시위문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2007년 64건에 이르던 폭력시위 건수는 2008년 89건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09년 45건에 이어 2010년 6월 현재 14건으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개선안을 시범 실시한 결과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도 이번 개정안 마련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경찰청은 올해 집회에 대비한 일률적인 경찰력 배치를 상당 부분 줄였다. 2009년 노동절 집회엔 159개 중대가 동원됐지만 지난해 노동절에는 15개 중대만 동원했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올 3월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개최한 첫 노동계 대형집회엔 이례적으로 집회장소 인근에 진압경찰 대신 교통경찰만 배치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이 올 들어 10월까지 집회에 동원한 경찰력은 1만1132개 중대 총인원 100만188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6391개 중대 147만5190명)에 비해 32%나 줄어들었다. 경찰력 배치가 줄었지만 불법 집회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불법집회 건수는 10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사법처리 인원도 64명으로 최근 3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 유연대응이 상책인가

하지만 경찰의 집회 시위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자칫 ‘시위대 눈치 보기’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평화집회로 신고하더라도 현장 분위기에 따라 집회의 성격은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는데 경찰의 조정 노력만으로 이를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시위대의 자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아무리 합법집회를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시위대가 변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노력은 물거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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