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이 남긴 것]<1>주요 의제 별점 매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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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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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개혁 공조 ‘4.27점’… 관심 쏠린 환율해법 ‘3.73점’

경제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최대 성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 개혁방안을 이끌어 낸 점을 꼽았다. 그러나 환율 전쟁에 대한 구속력 있는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과 보호무역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12일 G20 정상회의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경제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이번 정상회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들은 7대 핵심의제에 대해 5점 만점에 평균 3.95점을 줘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의제 중에서는 금융기구 개혁이 4.2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보호무역 저지를 포함한 무역·에너지·반부패와 환율 문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 및 G20 프레임워크(협력체계)는 각각 3.53점, 3.73점으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 ‘IMF 개혁’은 상당한 성과

전문가들이 금융기구 개혁을 높게 평가한 것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사안이지만 정상들이 양보와 협력을 통해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IMF 지분 개혁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매우 민감한 이슈여서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며 “G20 의장국인 한국이 ‘IMF 개혁은 G20 체제의 신뢰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내세워 각국 정상을 직접 설득했던 것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비즈니스 서밋을 서울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도 4.13점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대표는 “100명 이상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은 개방 경제를 가속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民官)이 서로 협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복수의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 “구체안 없어 다소 실망”

환율갈등이 불거진 이후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해선 적잖은 전문가들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G20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내년 중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선언적 표현에 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정상회의의 의제로 환율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무역 분야가 소홀히 다뤄졌다는 점도 낮은 점수를 받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 이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환율전쟁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경상수지 등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의 시한을 마련한 것은 진전으로 볼 수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나올 경우 기준의 적절성, 효용성, 무역 불균형의 원인을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G20 준비위원회는 보호무역주의 저지에 중점을 두고 민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는데 환율갈등이 뒤늦게 터지면서 환율 이슈에 대해서는 미숙하게 대응했다”고 꼬집었다.

○ ‘일상과 분리된 이슈’ 아쉬움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홍보 보안 시민협조 등 7대 과제에 대한 평점은 4.19점으로 7대 의제에 대한 평점(3.95점)보다 높았다. 특히 많은 시민이 차량 2부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보여줌으로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홍보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여럿 눈에 띄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G20에서 다루는 문제가 한국 경제의 안정에 중요하고, 국익에 직결된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G20 회의 결과가 국민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홍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정상회의에 대한 사전 홍보가 올림픽과 같은 이벤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회의의 본질을 흐리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 글로벌 리더십 발판 삼아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진정한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서울 정상회의 이후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상수지와 관련된 가이드라인 마련, 환율 갈등의 해법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의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미뤄진 데다 개발도상국 및 저소득 국가의 경제개발 이슈,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도 ‘미완성’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금융안전망 구축은 한국이 주도하는 첫 의제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환율 및 경상수지 이슈가 너무 부각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앞으로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남 대표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347건으로 전년보다 18.4% 늘어나는 등 개최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계기를 살려 국제사회에서 다양하고 균형 있는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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