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부동산 대책]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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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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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거래활성화 단기처방… 실효 거둘지는 미지수

정부가 발표한 ‘8·29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시장에서는 “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내놨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한시적이지만 사실상 폐지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이 나오면서 정부가 침체된 주택 시장에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택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 거래 불씨 살아날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란이 있던 DTI 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했고 2006년 중단했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해 저렴한 급매물을 노리는 실수요층이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집값 추가급락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심리를 개선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DTI 폐지가 꽁꽁 얼어붙어 있던 주택 구매심리에 어느 정도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일단 DTI에 손을 댔다는 것은 주택시장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조치를 2년 더 연장한 것도 수도권 주택가격의 급락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가 연장되면서 연말까지 세금 감면을 노리고 급매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게 돼 주택시장에 다소 여유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데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 대규모 입주물량과 금리인상 부담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시장이 급격하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본부장은 “은행권의 자체 대출 조건 심사가 까다롭고 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을 무리하게 확대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 실제 대출 규제 완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행시기가 내년 3월까지로 짧게 한정돼 실수요자들의 의사 결정이 촉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가계 부채 키우지 않을까

DTI 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4∼6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 418조9000억 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73조2000억 원으로 65.2%를 차지해 사상 최대의 비중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DTI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온 이유다.

특히 서민과 중산층이 DTI 폐지 혜택을 보기 위해 무리하게 비싼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연소득이 5000만 원 수준인 중산층을 기준으로 한다면 6억 원 주택을 살 경우 DTI 폐지 효과가 1000만 원에 불과하지만 8억 원 주택은 1억1000만 원, 9억 원 주택은 1억6000만 원의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집값이 비쌀수록 이번 대책의 효과가 커진다. 특히 DTI 폐지가 한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자’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이 생겨날 수 있다.

이 경우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발생하고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나빠질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책의 포인트인 서민이 문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경우 DTI가 40%를 상회하는 가구의 비율이 부채보유가구의 31%로 고소득층의 7%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DTI 규제 폐지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가계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은 DTI 심사 기준을 철저하게 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분양 대책 부족은 우려

수도권 미분양 대책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현재 중대형 미분양은 수도권 전체 미분양의 71%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대책이 서민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중대형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미흡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최근 늘고 있는 수도권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서는 지방의 미분양주택에 한해서만 적용하고 있는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감면을 투기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거론되지 않았고 보금자리주택의 경우도 사전 예약을 조절하기로 했지만 공급물량에는 변동이 없어 민간건설사들의 위축 및 미분양 적체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분양보다는 임대주택 공급, 토지공급 기능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분양물량 공급은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보금자리주택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자금 압박 건설사 한숨 돌릴 듯

이번 대책은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및 세제지원이 주된 내용이지만 건설사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을 적극 유도하면서 견실한 업체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세제 완화 및 미분양주택 매입 등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선 건설사 회사채나 대출채권을 기초로 총 3조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과 대출담보부증권(CLO)을 발행해 자금 조달을 돕기로 했다. P-CBO와 CLO는 올해 하반기부터 1차로 5000억 원 규모를 발행하고 수요를 봐가며 추가 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건설사가 보유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매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분양 리츠·펀드 매입 대상도 올해 말까지 준공 예정인 미분양까지로 확대했다. 한 건설업계 임원은 “이 같은 조치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숨통을 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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