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2부]<8>‘공영신문’ 없는데 방송은 왜 ‘공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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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공영’ 없는 공영방송
공공재인 특정주파수 독점… 쟁점보도 非정파성 지켜야

‘공영신문’이라는 말은 없는데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왜 방송국은 일정 주기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공공’을 이유로 많은 정부규제를 받아야 할까.

경제학자들과 방송학자들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방송은 공공재(公共財·public goods)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문의 경우 윤전기 등 일정한 설비를 갖추면 누구든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나 독자의 선택에 따라 우열이 가려진다.

반면 방송은 누군가 특정 주파수 대역을 차지하면 다른 경쟁자들은 방송사업에 진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파수는 전 국민이 주인인 전형적인 공공재로 분류되며 정부가 관리한다.

이처럼 방송은 속성상 자유경쟁이 불가능하고, 공공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민간기업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시청료까지 받는 공영방송의 경우 공공성과 공정성의 요구 수준은 더욱 높아진다.

이창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방송이 공정하다는 것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방송이 어느 쪽에 치우치면 한쪽의 자원을 빼앗아 다른 쪽에 부당한 혜택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은 국민의 재산을 수탁한 개념인 만큼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 이사회의 정치적 독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은 사회적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쟁점 사안에 대해선 비(非)정파성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쟁점 사안에 대해 ‘어느 한쪽’에 서는 순간 ‘다른 쪽’ 견해를 갖는 또 다른 국민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NHK의 보도방식은 이와 관련해서 시사점을 준다. 한 일본 전문가는 “NHK는 여야의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선 ‘방송국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사실과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만 한다. 이 때문에 NHK뉴스는 너무 건조해서 재미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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