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단위 품질관리… “까다로운 ‘애플’ 입맛 맞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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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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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분야 ‘쌍두마차’
SMD-LGD 생산라인 르포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LG디스플레이 P5 생산라인에서 액정 주입을 마친 노트북용 액정표시장치(LCD)패널을 한 연구원이 점검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 열풍으로 LGD의 P5 양산라인은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디스플레이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 LG디스플레이 P5 생산라인에서 액정 주입을 마친 노트북용 액정표시장치(LCD)패널을 한 연구원이 점검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 열풍으로 LGD의 P5 양산라인은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디스플레이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붐’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4와 이를 견제하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S의 공통점은? 동영상 감상과 인터넷 서핑에 필수요소로 스마트폰의 성패를 좌우하는 디스플레이가 모두 한국 기업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이폰4와 갤럭시S의 디스플레이는 각각 LG디스플레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서 제조됐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46%,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의 52%,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78%를 점유하는 등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디스플레이에서만 총수출액의 8.6%에 해당하는 31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아직까지 부품·소재 분야에서 막대한 대일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장치·소재 산업인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과감한 투자가 1990년대 후반까지 세계 1위를 달렸던 일본 업체들을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 AMOLED 세계시장 점유율 98%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 성성동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양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AMOLED 소재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SMD는 전 세계 AMOLED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 성성동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양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AMOLED 소재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SMD는 전 세계 AMOLED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 성성동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대량 양산라인답게 휴대전화 카메라를 스티커로 막는 등 철저한 보안검색을 거쳐 생산기술 연구실에 들어섰다. AMOLED는 LCD보다 1000배나 빠른 동영상 응답속도와 뛰어난 색 재현성으로 최근 50만 대 판매기록을 세운 갤럭시S의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LCD를 대체할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지만 원가가 비싸고 양산공정이 까다로워 대만, 일본, 중국 등의 경쟁사들은 아직 대량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SMD의 AMOLED 세계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연구실에선 300여 명의 연구원이 삼성이 내년 7월 가동을 목표로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2조500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AMOLED 5.5세대 생산라인(A2) 사업으로 분주했다. 작업장 바로 옆 회의실 명패가 ‘A2 WAR ROOM’으로 쓰인 이유를 묻자 한 연구원은 “미래 디스플레이 사업의 핵심인 A2 사업을 전쟁 치르듯 추진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연구실을 지나 전자카드로 보안문을 연이어 통과하자 양산시설이 나왔다. 창문 안에선 유기물질을 흡착시킨 AMOLED 기판을 로봇이 휴대전화용 패널로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양산라인 근처 분석실에는 1억6000만∼40억 원에 이르는 다양한 고가(高價)의 전자현미경이 즐비했다. 이 중 투과전자현미경인 ‘타이탄 모노’는 전자를 피사체에 투과시켜 원자 단위로 디스플레이 소재의 품질을 분석했다. 가격이 대당 40억 원이 넘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삼성만 보유하고 있다. SMD 관계자는 “원자 단위로 품질을 관리해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 LGD, 일반 LCD 해상도의 2배 구현

최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고 해상도라며 극찬한 아이폰4의 이른바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LGD)가 만든 고사양 IPS (AH-IPS) LCD 패널이다. AH-IPS 기술은 LCD 기판 내 액정의 움직임을 개선해 일반 LCD 해상도의 1.5∼2배를 구현해 낸다. 그 덕분에 아이폰4 사용자들은 인터넷 검색 시 작은 글자도 또렷이 읽어낼 수 있다.

최근 아이폰4가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면서 지난달 27일 찾은 경북 구미시 LGD 생산공장은 밀려드는 주문에 가동률이 100%에 육박했다. 특히 애플의 ‘아이패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P5(5세대 양산라인)의 경우 수율(불량품을 제외한 비율) 96%를 달성했다. 보통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95% 이상을 ‘꿈의 수율’로 부르는데, LGD는 자사(自社) 공장의 수율을 1% 올릴 때마다 약 1500억 원의 생산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D 관계자들은 세부공정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애플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가 쉽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이 LG에 아이폰4용 디스플레이 공급을 요청한 것은 2008년 하반기. 당시 아이폰3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후속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잡스 CEO의 주문에 따라 애플은 AH-IPS 기술을 적용한 LCD 모니터를 만들던 LG를 주목했다.

당시 LGD는 이 기술을 적용한 휴대전화 생산라인이 없었던 데다 애플이 요구한 해상도가 워낙 높아 고민했지만 모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제품개발을 맡았던 김병구 상무(모바일 소형개발담당)는 “애플은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던 세계 최고의 해상도를 요구했다”며 “이걸 만들면 모든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표를 쓸 각오로 연구에 임했다”고 말했다.

천안·아산·구미=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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