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문어’의 예측과 전문가들의 증시 전망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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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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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폐막한 남아공 월드컵에서 희비가 엇갈린 문어와 펠레가 화제다. 축구 황제 펠레는 축구의 지존이다. 그런데 그의 경기 예상은 대부분 빗나갔다. 오죽하면 ‘펠레의 저주’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반면 수족관에서 유유자적 노년을 보내는 문어 한 마리는 승리 팀을 정확히 예측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사실 문어가 무슨 재주로 예측을 하겠냐마는 문자 그대로 ‘동물적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해 전 세계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런 문어와 펠레를 비교해 ‘문어보다 못한 펠레’라는 농담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증시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오래전에 원숭이와 펀드매니저가 투자수익률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재미 삼아 한 일이다. 원숭이는 무작위로 종목을 찍었고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는 나름 고심해 종목을 선정했다. 결과는 원숭이의 수익률이 훨씬 앞섰다. 계속 게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성과가 어떨지는 미지수지만 펠레를 이긴 문어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만큼 증시를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전문가 집단의 유용성에 대해 회의론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내놓은 내년 증시 대폭락 예언으로 뒤숭숭한 와중에 전문가 집단의 하반기 증시 예측이 한 언론에 보도되었다. 예측자료를 발표한 20개 증권사는 하반기 증시 코스피는 1,552에서 1,908 사이를 오갈 것으로 봤다. 낙관적으로 본 한 증권사는 고점을 2,100으로 봤고 비관적인 회사는 최저점을 1,490으로 전망했다. 또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 작은 증권사는 하반기에 1,35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추천하는 하반기 유망 종목들은 대부분 정보기술(IT), 자동차와 화학 업종에 속한 대형 우량주들이다. 지난 1년 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종목들이 하반기에도 계속 활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짐작했듯 다수의 전문가가 비슷한 전망을 하면 틀릴 확률이 높다. 그래서 역발상 투자라는 투자기법도 나오는 것 아닌가. 필자 역시 연초에 금년 시장을 조정으로 보고 잘하면 1,900 정도가 최고점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다수의 전문가 집단에 속하게 되어 찜찜하다. 그렇다면 하반기 증시는 1,900 선을 훌쩍 넘거나 1,550 이하로 폭락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왕이면 틀리더라도 고점을 돌파하기 바란다. 하반기 주도 업종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업종이 아닐 확률이 높다. 지난 1년간 힘을 써왔으니 상대적으로 뒤처지기가 쉽다.

이번 월드컵에서 펠레는 마지막으로 우승팀은 맞혀 그나마 체면을 살렸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전문가들의 체면이 살기를 희망해 본다. 그렇지 않으면 증권사마다 문어 영입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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