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10명 중 9명 여아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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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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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 장애아 기피현상 여전

“입양 신청자 10명 중 9명은 여자아이만 입양을 원합니다.”

홀트아동복지회를 비롯한 입양기관에 입양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준은 △귀여운 외모의 여자아이 △돌 이전인지 여부 △건강 △양부모와 같은 혈액형 △친부모 환경(술 담배를 한 비행소녀인지)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 적합한 아이는 전체 입양아 중 10%대에 불과하다. 입양아 선호 기준이 갈수록 심해져 남자아이는 신청 후 한 달 내에 입양이 가능하지만 여자아이는 1년 반에서 2년은 기다려야 한다. ‘남자아이’ ‘저체중아’ ‘돌 지난 아이’ 등 선호 기준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은 입양이 안 돼 보호시설에 남아 있다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05∼2009년 입양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자아이 입양은 459명(34.9%)에 그쳤지만 여자아이는 855명(65.1%)이나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들은 실제는 남녀 입양신청 비율이 1 대 9 정도라고 말했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미경 홍보팀장은 “1990년대만 해도 여아보다 남아 입양이 많았지만 2000년 이후 역전됐다”며 “갈수록 가계승계보다는 가정화목을 중시하고 아이가 성장했을 때 남아의 경우 재산분배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사회적으로 여권이 신장돼 요즘은 여아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국외입양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남아가 722명(64.2%), 여아는 403명(35.8%)이었다. 남자아이의 국내 입양이 잘 안돼 국외 입양이 계속 늘고 있다. 더구나 심장병 저체중 등의 질병을 가진 아이들은 ‘장애아’로 여겨져 입양을 꺼린다. 2005∼2009년 국내 입양아 중 장애아는 144명에 그쳤다. 전체 입양의 2%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외 입양아 중 장애아는 26%인 2071명을 차지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떠나는 아이들… 남겨진 아이들…
입양 앞둔 아기 50명 ‘남다른 돌잔치’
대부분 해외로… 장애 4명 아직 미정▼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동방 사회복지회와 한화봉사단 주최로 4, 5월 생일을 맞은 아기 50명의 돌잔치가 열렸다. 국외 입양을 앞둔 아기들의 특별한 이 생일잔치에서 한 아기가 돌잡이용 마이크를 집고 있다. 원대연 기자
1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동방 사회복지회와 한화봉사단 주최로 4, 5월 생일을 맞은 아기 50명의 돌잔치가 열렸다. 국외 입양을 앞둔 아기들의 특별한 이 생일잔치에서 한 아기가 돌잡이용 마이크를 집고 있다. 원대연 기자
10일 저녁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4, 5월 생일을 맞은 아기 50명을 위한 ‘특별한’ 돌잔치가 열렸다. 테이블마다 분홍색, 노란색 풍선이 달려 있고 돌잡이용 마이크, 청진기, 명주실이 접시에 놓인 것은 여느 돌잔치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내년 두 돌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맞는다는 것이 다른 돌잔치 아이들과 달랐다. 이들은 대부분 한두 달 안에 해외로 입양될 아기들이다. 동방사회복지회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한화봉사단,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입양을 앞둔 아기들의 돌잔치를 열었다.

이날 돌상을 받은 아기들은 입양시설에 맡겨진 뒤 5개월 동안 국내 입양부모를 기다렸다. 하지만 5개월 안에 선택받지 못해 해외 입양부모를 갖게 됐다. 성미경 동방사회복지회 아동보호부 과장은 “태어난 지 넉 달만 지나도 낯을 가리기 때문에 입양부모가 꺼린다”고 말했다. 이날 돌을 맞은 50명(남아 33명)은 여아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 탓에 국내에 머물지 못하고 미국, 호주의 양부모에게 건네질 운명이다.

장애가 있는 아기들은 입양이 더욱 어렵다. 정연이(가명·2)는 친모가 선천적 섬유화 증후군으로 눈동자가 잘 안 돌아가 아기도 시력 질환을 갖고 있는 데다 청력장애도 있다. 역시 두 살배기인 희영이와 찬수(이상 가명)도 각각 윗입술이 크게 부풀어 오른 안면 기형 장애와 뇌출혈로 안구가 흔들리는 장애를 갖고 있다. 이날 돌을 맞은 4명의 장애아는 아직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양부모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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