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佛, 문화대국답게 약탈 외규장각 도서 반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궤) 296권의 반환과 관련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쿠슈네르 장관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국민의 관심이 크다. 조속한 해결을 위해 프랑스 정부가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하자 “가능한 모든 협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프랑스 장관이 우리 대통령에게 한 약속이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규장각 도서 문제는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휘경원원소도감의궤 상권’을 반환한 이후 한불 양국의 중대 현안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교류와 대여 방식의 반환에 합의했으나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문화대국인 프랑스가 약속을 어기고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프랑스가 최근 외국 문화재를 반환한 사례도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이집트 고분벽화 한 점을 돌려줬다. 이어 이집트 주재 프랑스대사관이 다른 벽화 4점을 이집트 정부에 반환했다. 문제의 벽화는 거래 과정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프랑스가 돈을 주고 구입했다. 외규장각 도서는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것이다.

미테랑이 의궤 한 권을 돌려준 1993년 프랑스는 한국에 초고속열차 TGV를 수출하기 위해 목을 매고 있었다.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 반환 약속에 힘입어 다음 해 TGV 수출 계약을 따낸 이후에는 단 한 권도 더 돌려주지 않았다. 프랑스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외규장각 반환 카드’를 활용해 한국 국민을 속였다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문화연대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반환소송을 시작했겠는가.

이번에 프랑스가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 반갑기는 하지만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프랑스가 한국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능성을 언급한 정도라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가시적인 조치가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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