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의 소통 72점… 통솔력은 5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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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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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은 총재 내정자, 경제전문가 20인이 매긴 성적표는

제24대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된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대표부 대사는 대외 개방과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꼽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연구원 원장을 잇달아 지낸 이력이 보여주듯 경제계에서는 그의 경기진단 및 예측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번 내정 인사로 한은 총재를 둘러싼 무성한 하마평이 정리된 만큼 이제 금융시장의 관심사는 차기 총재의 당면 과제인 금리인상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기진단 뛰어나지만 리더십 부족”

동아일보가 경제·경영학계, 경제·경영연구소, 금융회사에서 활동 중인 2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김 내정자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경기진단 및 예측 능력에서 100점 만점에 77.4점을 받았다. 이는 그동안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됐던 다른 인물들보다 높은 점수다.

김 내정자는 한은의 독립성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65.5점으로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조직통솔력 항목에서는 52.4점으로 낮았다. 설문에 응한 한 전문가는 “주로 국책연구소와 대학에서 일한 기간이 길어 조직을 장악해 성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전문성,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시장친화력, 업무추진력, 정부와의 정책 조율 등은 특출하지도, 그렇다고 뒤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리인상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

차기 한은 총재는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인상의 최적 타이밍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리인상이 너무 빠르면 경기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수 있고, 지나치게 느리면 버블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김 내정자는 역대 어느 총재보다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금융시장에서는 김 내정자의 성향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내 정부의 저금리 정책기조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 대사로 부임한 지 약 1년 반 만에 그를 한은 총재로 발탁한 이유이기도 하다. 차기 총재로 한은에 대한 정부의 외풍을 막아줄 ‘실세(實勢)’를 원했던 한은 직원들은 이번 내정 소식에 “한은의 독립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한은 총재 인선의 초기 단계부터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을 배제하라는 의중을 참모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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